[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은행권 임금협상 등을 둘러싸고 노동조합과 사측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임금 인상률에 대한 양측 간 견해차가 커 교섭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서로 맞고소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6일 신동규 은행연합회장(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을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또 서울지방노동청에 신 회장을 부당 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달 12일 양측이 1차 교섭을 가진 뒤 사측이 부당하게 추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사측도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가 신 회장을 고소한 다음날인 17일 업무방해 및 주거침입 혐의로 금융노조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지난달 19일 2차 교섭을 위해 은행회관을 찾았던 금융노조가 업무방해와 주거침입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19일 2차 교섭을 위해 서울 명동 은행회관을 찾은 것은 예정된 교섭 시간에 교섭 장소에 있었던 것뿐"이라며 "오히려 교섭에 일방적으로 불참한 것은 사측이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사측은 금융노조의 일방적인 일정 통보에 반발해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양측은 지난달 12일 1차 교섭을 가졌으나 극명한 입장 차이로 인해 2차 교섭이 번번이 불발됐다. 지난 8일 신동규 회장과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이 만나 대표자 교섭에 나섰지만 역시 견해 차이만 확인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8% 이상 임금인상을 원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4.5%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3.5%(수정 전)를 더해 기본 가이드라인을 책정한 것이다. 여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납 및 삭감한 임금을 포함해 각 은행별 개별 교섭에서 '플러스 알파(+α)'를 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2.1% 인상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금융공기업들이 임금을 동결했을 때 시중은행들은 임금을 2% 인상했는데 올해 금융공기업 임금인상률이 4.1%로 책정된 만큼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인상분을 빼고 2.1%만 올리자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8%+α 임금인상 외에도 ▲신입직원 초임 원상 회복 ▲성과연봉제 도입 금지 및 철회 ▲비정규직 임금 정규직의 2배 인상 ▲근무시간 정상화 노사합의 이행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임금인상 외 안건은 각 은행별로 논의할 문제지 산별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은행별 지난해 직원 평균 임금은 한국씨티은행이 66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기업 6300만원, SC제일·우리 6100만원, 외환 5800만원, 국민·신한 5600만원 하나 5000만원 등 순이었다. 각 은행들의 평균 임금은 직원 평균 근속연수나 계약직 비중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대체로 근속연수가 길수록, 계약직 비중이 낮을수록 평균 임금도 올라간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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