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 금융진검승부 세계로 들어가다
국내 금융사 29개사 진출
▲홍콩섬 IFC2에서 바라본 구룡반도. 홍콩에서 가장 높은 484미터(118층)의 높이의 국제 상업 센터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지선호 기자]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2009년에 30% 상승한 이후 지난해에도 24% 올랐다. 글로벌 금융의 중심축이 런던, 뉴욕 등에서 홍콩으로 옮겨오면서 외국인의 부동산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9일 오전, 홍콩의 대표적인 금융거리가 들어서있는 센트럴(Central)에 위치한 IFC2 전망대에 올랐다. 지상 88층으로 지어진 이곳에서 우리나라 한강보다 조금 더 넓은 바다 건너 구룡반도를 볼 수 있다. 삼성증권 홍콩 지사의 위 리앳 리 부동산 담당 애널리스트는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의 바다가 수년 전만해도 더 넓었다"며 홍콩섬쪽에서 계속 바다를 메우는 간척사업이 진행되면서 섬의 크기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 모건, BOA, 도이치뱅크 등 수 많은 글로벌 금융기업이 입주하면서 금융빌딩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모자란 토지를 간척사업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조달했기 때문이다. 금융중심지 홍콩은 그렇게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 홍콩시장 '진입'이 아닌 '선점'= 홍콩 책랍콕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열차인 ALE을 타면 가장 마지막에 홍콩역이 있다. 홍콩역은 수십개의 금융회사가 입주해있는 IFC빌딩과 바로 연결된다. 해외 방문객은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자연스럽게 홍콩의 금융 심장부를 마주하게 된다.
IFC2에 입주한 노무라 증권의 이혜나 상무는 규제가 적은 홍콩 금융시장이 오히려 시장 참여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선순환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경쟁을 통해 고객들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제공하자는 것이 홍콩 금융당국의 철학"이라고 표현했다.
최소한의 규제로 글로벌 투자자들을 불러 모으고 무한경쟁을 도입해 고객들이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이것이 바로 국내 증권사들이 홍콩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선점'하려는 이유다.
◆ 홍콩을 이끄는 '네 박자'= 홍콩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마음껏 금융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이 갖춰진 '금융실험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시장의 경쟁력은 ▲안정된 환율 ▲외환거래의 자유 ▲쉬운 금융사 설립조건 ▲유연한 노동시장 등으로 압축된다.
홍콩에서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화폐는 홍콩달러(HK)다. 현재 환율은 1홍콩달러 당 약 140원선에서 안정돼 있다. 미국달러와 환율이 연동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외환거래가 자유스럽다는 점도 외국 금융사들에게는 매력적이다.
금융회사의 설립조건도 제한이 적다. 소규모 자본금으로도 증권사나 은행을 설립할 수 있다. IFC2를 벗어나 퍼시픽플레이스로 가는 길에는 낯선 이름의 은행과 증권사들이 HSBC, 시티은행, 스탠다드앤차디스 등 유명 글로벌 금융기관 사이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유연한 노동시장도 홍콩금융시장의 장점이다. 회사가 직원에게 한 달 전에 통지를 하면 어떤 사유든지 해고가 가능하다. 자신에 대한 실적 평가가 빠르게 나타나는 금융계에서 쉬운 해고와 고용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금융계의 높은 노동 유연성은 고임금의 원인이기도 하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핵심 인력들은 수십억원을 연봉으로 지급 받는다"고 전했다.
▲홍콩증권거래소 전경. 거래소 앞 광장에는 증시 호황을 의미하는 황소상이 자리하고 있다.
◆현지 국내 증권사 아직은 걸음마 단계= 홍콩에 위치한 국내 증권사들도 대부분 금융중심지 센트럴 내에 위치하고 있다. 택시로 10분 거리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글로벌 금융사들과 같은 지역에 자리하고 있지만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4월말 홍콩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모두 29개다. 이 중 증권사는 12개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SK증권이 올 2월 법인을 설립해 막내 증권사로 가입했다. 은행이 97년말 IMF사태 이후 절반이상 줄어든 것에 비해 증권사는 꾸준히 늘었다. 또 2006년부터 진출하기 시작한 자산운용사도 현재 5곳으로 늘었다. 오용석 금감원 홍콩사무소 실장은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8년 이후 증권사와 운용사의 진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와 운용사의 홍콩진출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아직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준은 아니다. 자본금 규모에서 미래에셋증권(2억4200만달러)과 삼성증권(1억1600만달러), 대우증권(1억달러)만 1억달러 이상일 뿐 나머지 증권사는 대부분 1000만달러 미만에 그치고 있다.
또 홍콩 소재 증권사의 2010회계연도를 살펴보면 수익의 51%를 주식투자중개(브로커리지) 수수료에서 얻고 있다. 자기매매가 26%를 차지하는 등 전체 수익의 약 80%를 국내 주식시장 매매중개 중심의 단순영업으로 거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치열한 글로벌 IB 무대= 하지만 홍콩은 놓칠 수 없는 핵심 시장이다. 홍콩은 해외투자가 비중이 42%나 되고, 중국 본토 계좌수만 해도 1억계좌에 이를 정도로 고객기반이 매우 다양하다. 삼성증권 홍콩법인의 황성준 법인장은 "홍콩에서 성공해야 글로벌 IB로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한국 증권사들도 글로벌 IB로 성장하기 위해 홍콩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뮤추얼, 헤지펀드가 진입을 서두르고 있고, 조지 소로소도 홍콩에 사무실을 차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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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시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골드만삭스 등 전통적인 글로벌 IB들에 맞서 일본의 다이와, 미주호, 중국의 CICC, CCB, BOC, 인도의 리라이언스 등 신규 IB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의 김종선 홍콩 법인장은 "노무라가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해 세력을 확장한 것과 달리 다이와는 홍콩 IB인력을 대규모로 스카웃해 진용을 꾸리고 있다"고 밝혔다.
진입장벽이 낮은 홍콩금융시장은 반대로 퇴출도 빠르다. 황성준 법인장은 "미국의 성장 둔화, 유럽의 위기 때문에 자금이동은 아시아, 그 중에서도 홍콩으로 집중하고 있다"면서 "너도나도 홍콩으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2~3년안에 철수하는 금융사가 나오는 등 시장이 정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규성 기자 bobos@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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