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영관급 장교들이 전역도 하기 전에 민간업체에 취직해 군과 업체로부터 월급을 이중으로 받아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 방위력 개선 사업의 실태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1999∼2009년 전역한 장교 1만6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700여명이 사전 취업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감사 결과, 육군 A중령은 지난 2009년 4월 전역을 9개월 앞두고 국내 모 대기업에 취직, 전역 전까지 업체와 육군에서 각각 4000만원대의 급여를 이중으로 받아챙겼다.
감사원 관계자는 "적발된 700여명 중 대부분은 이미 퇴직한 상태였고 현직에 있던 1명에 대해 형사고발 조치를 취했다"면서 "국방부에 전역 장교의 사전 취업을 막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본지가 조사한 65개 방산기업에 취업한 간부급 전역군인 현황에 따르면 전역군인 취업에 걸린 시간은 4년 5개월 21일이 소요됐지만 계급이 높을수록 취업에 소요된 시간이 대폭 단축됐다. 하사출신이 취업하는데 걸린 시간은 7년 8개월 8일, 중사 는 7년 3개월 22일이 걸렸다. 하지만 간부급은 확실히 달랐다. 중령은 1년 10개월 23일, 대령은 1년 4개월 11일만에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인원 중 1년 이내에 취업을 성공한 군인은 429명이며, 이 가운데 고위급 간부로는 소장 6명, 준장 23명, 대령 71명, 중령 89명이 포함돼 있다.
또 방산기업의 대부분 자리는 영관급 이상 장교들로 채워졌다. 계급이 낮을수록 취업의 문도 좁아지는 추세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취업자 가운데 중령으로 제대한 군인이 전체 17%로 140명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소령 126명, 하사 116명, 대령 102명, 중사 98명, 중위 78명 순이었다. 이어 대위 46명, 준장 30명, 준위 28명, 상사 15명, 소장 13명, 소위 6명, 원사 5명, 중장 2명 순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평균 군복무 기간은 15년 11개월 2일이었다.
전역 전 무기도입 사업과 관련부서에 근무한 경력때문에 방산기업에 입사하지 못하자 편법을 동원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기업 J상무는 현역시절 무기도입 사업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제대를 앞두고 관련 업체인 H기업에 취업하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편법으로 H기업 계열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서류상 소속만 계열사일뿐 업무는 사실상 H기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군간부는 전역전 근무기간에 따라 직업보도 교육도 받을 수 있다. 10~12년 근무한 전역자는 5개월, 30년 이상 근무한 전역자는 12개월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교육기간 중에는 군인신분을 유지하기 때문에 겸직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K상무는 직업보도교육기간에 편법으로 취업을 했다. 그러다보니 취업 신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전역 5개월을 앞두고 받게될 근속훈장이 직접적 요인이 됐다. 30년 이상 군생활을 해온 K상무에게 근속훈장은 명예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편법 취업 사실이 알려질 경우 훈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방산기업의 한 관계자는 "간부급 전역군인이 제한기업에 취업할 때 각종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방산기업과 취업 당사자간에 주로 이뤄지므로 세세한 사항은 물론 비밀에 부쳐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간부급 전역군인들은 전역전 부대가 무기도입 사업과 관련이 없는 부대라도 현역시절 특정무기 도입에 관련된 업무를관장하다가 해당 방산기업에 근무한 사람도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군 제대전 3년동안 관련업무만 하지 않으면 취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기도입은 시간이 오래걸리기 때문에 현역시절 관련 업무를 했더라도 전역 후 업체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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