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증축·일반분양 허용 법제화 추진… 고비용 재건축 대안 기대감
아파트에 새 옷을 입힐 수 있을까. 국회에서 발의한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6월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다. 주택법 개정안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정책으로 리모델링 관련안은 그 중 핵심 사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리모델링 활성화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로 사업 추진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전국에 산재한 노후아파트. 지은 지 오래 돼 내부 수리가 필요할 뿐 아니라 미관상으로도 보기 좋지 않은 노후아파트 주민들은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27 재보선 당시 노후아파트 밀집 지역인 1기 신도시 분당이 리모델링 관련 선거 공약들로 뜨겁게 달궈진 바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측 법안이 한나라당 측 법안과의 조율 후 통과되면 분당 지역 아파트는 하락세를 마감하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분당 주민들은 기대하는 분위기다.
여야 총론은 합의 각론은 이견
법안의 핵심 내용은 수직 증축과 일반 분양 가능 여부다. 야당과 여당이 각각 발의한 법안은 큰 틀에서 맥락을 같이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한국리모델링협회는 이들 법안과 약간 다른 조건을 성명으로 발표한 바 있어 리모델링 법안이 하나의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택법에서는 리모델링 시 가구 수 증가와 일반분양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전용면적 30% 증가, 1개층 필로티와 1개층 수직 증축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발의한 개정안은 △전용면적 50%까지 증축 범위 확대 △증가한 면적의 1/3에 한해 일반분양 허용 △일반분양분의 30% 임대주택건설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나라당은 이와 조금 다르다. △전용면적 40%까지 증축 범위 확대 △제한규정 없이 일반분양 허용 △취·등록세 면제 혜택 등을 내세웠다. 민주당과 달리 임대주택 의무 공급 규정은 두지 않았다.
한편 한국리모델링협회의 1기신도시 리모델링연합회는 주민을 위한 요구사항을 내놨다. △전용면적 30%까지 증축 △가구 수 증가 허용 △국민주택 규모(85㎡) 이하에 한해서 40~50% 이내 증축 허용 △증가한 면적의 1/3 이내의 일반분양 허용 △일반분양 10% 임대주택 공급 △수직 증축 최대 3개층까지 허용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중 가장 큰 논란이 되는 사항은 수직 증축을 해도 구조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지의 여부다.
국토해양부는 수직 증축에 따른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지난 3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 증축에 따른 구조 안정성 평가’라는 주제의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의도와 달리 이 연구가 “수직 증축을 해도 구조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라는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은 관련업계와 리모델링업계에 청신호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국토해양부 주택 정비과가 또 다시 구조 안전과 관련한 연구용역 재발주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직 증축을 불허하는 국토해양부의 강경한 입장이 반영된 것. 이에 이형욱 1기신도시리모델링협회장은 “6월 중 발표될 국토부의 연구 결과가 그간 보도된 내용과 다를 경우 국토해양부가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겠다”며 강력한 규탄 의사를 표명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최규성 의원 비서관은 “애초 관련 법안 논의가 선순위였으나 다른 법안 논의가 앞서 진행되며 이 법안은 후순위로 밀렸다”며 현재 법안 추진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정부가 반대하는 입장이라 최 의원과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이 공동으로 밀고나가기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 의원 비서관은 “최 의원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무조건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라며 “오는 28일 안건을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정부의 반대 입장만 설득하면 이번 법안 통과는 순조로울 전망이다.
조합원 분담금 평당 500만원 이하
법안이 통과되면 리모델링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아파트 단지는 분당 정자동 한솔주공아파트, 부천 중동 반달마을 등이다. 특히 분당에 있는 아파트는 90여 단지 이상이 리모델링 대상이다.
이득을 보는 대상은 우선 조합원들이다. 분담금이 줄어드는 까닭에서다. 만약 가구 수가 늘어나게 되면 일반분양을 통해 분양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현재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의 가구 수 증가 대비 추가 예상 조합원 분담금은 대체로 3.3㎡당 300만~500만원 선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있다. “2~3개층 증축으로 가구 수가 많이 늘어날 경우에 분담금은 줄어들지만 1개층 증축만으로는 크게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입장 때문이다. 오히려 더 넓은 면적으로 갈아타기 하는 비용이 싸게 먹힐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만약 수직 증축이 불가능해진다면 하나마나한 리모델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에 전용면적 증가와 증축이 가능해지면 소형아파트 위주로 리모델링이 진행될 것이라는 진단도 함께 내놨다.
건설업계의 움직임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리모델링 시공 실적을 확보한 건설사가 입찰을 따내기 유리한데, 대림산업과 쌍용건설만이 시공 실적을 확보했다. 쌍용건설이 시공한 서초구 방배동 예가아파트(옛 궁전아파트)는 국내 리모델링 최초 사례다. 2007년 시공 당시 아파트 건물을 그대로 놔두고 수직 증축을 통해 지하주차장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총 3개동 216가구 단지 전체 리모델링으로 세대당 23~36㎡가량 면적이 증가했다. 리모델링 전후 가격을 비교해 보니 115㎡형은 3억7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148㎡는 4억6000만원에서 11억원으로, 175㎡형은 5억9000만원에서 14억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그야말로 시세차익을 얻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쌍용건설은 이 밖에도 강남구 도곡동 동신아파트 5개동 384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의 리모델링 작업을 3년여에 걸쳐 진행한 후 지난 5월 완료했다. 또한 지난 해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동신아파트 30개동 총 3870가구가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고 쌍용건설이 건설사업관리 주관사로 선정됐다.
실적있는 건설사 시장 선점 노려
기술면에서도 쌍용건설은 앞서간다. 기존 엘리베이터를 지하주차장까지 연장하는 기술을 특허출원한 상태다.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동서 방향으로 세워진 벽체를 남북 방향으로 전환하는 신공법도 특허출원을 마쳤다. 또한 진도 6~7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도 강화했다.
SK건설은 지난해 12월 서초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했다. 또한 현대산업개발은 강남구 대치동 대치1차아파트 시공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리모델링 관련법 통과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시공 예정인 사업이나 앞으로 사업 수주를 위해 준비할 부분 등 본격적인 리모델링 관련 사업 추진에 있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아파트는 아니지만 현대백화점의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동부건설도 도시정비영업팀에 따로 리모델링 담당자가 있다. 김문기 리모델링 팀장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정책효과 분석’이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써 리모델링 연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현재 한국리모델링협회에서 수석간사를 맡고 있을 정도로 리모델링 연구에 조예가 깊은 그는 리모델링이 법제화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로 자리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한 관련 정책이 리모델링 사업의 실효성을 저해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30년 이상 된 노후아파트에 대한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높은 비용이 드는 재건축만이 기존 노후아파트에 대한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김 팀장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리모델링 활성화 법안에서 최소 10%는 일반분양을 허용해 줘야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가시화되기 시작한다는 것.
그는 “현재 높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 건설사들이 국토해양부가 우려하는 안전성 문제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리모델링 대세론을 펼쳤다. 현재 동부건설은 분당 정자동 한솔5단지 아파트의 주관사로 선정됐으며 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을 맡을 예정이다. 또 평촌 향촌마을의 롯데아파트도 우선협상대상 시공사로 선정된 상태라 리모델링 사업에의 활발한 행보가 예상된다.
이코노믹 리뷰 백가혜 기자 l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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