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헌터> 8회 수-목 SBS 밤 9시 55분
“넌, 시티헌터가 나쁜 사람 같아?” 서용학(최상훈) 후보의 경호를 맡은, 그래서 자신과 대립해야 하는 나나(박민영)에게 윤성(이민호)은 물었다. 물론 시청자는 안다.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님을. 나쁜 건 서용학과 대통령 최응찬(천호진) 등 윤성의 복수 대상들이다. 하여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서용학의 비리를 밝히는 윤성의 활약은 대부분의 의적 모티브가 그러하듯 빤할지언정 후련한 면이 있다. 하지만 흑과 백,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이 복수의 서사는 마음껏 질주하기보다는 앞서 인용한 질문과 함께 종종 브레이크를 밟는다. 물론 자신의 정체를 모른 채 싸워야 하는 나나에 대한 연민과 애정 때문일 수 있다. 중요한 건 복수를 위해 진표(김상중)는 그 연민을 버리길 강요하고, 그 때마다 윤성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마치 영화 <쉬리>의 후반부 장면을 패러디한 듯한 윤성의 꿈 장면처럼, <시티헌터>는 사랑과 복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윤성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어긋난 관계에서 빚어지는 안타까운 러브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복수의 서사 자체에 대한 자기반성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기억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의 화신이 된 진표는 과거 응찬이 그러했듯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괴물이 되었다.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본인도 괴물이 되어야 한다는 오래된 딜레마. 역시 살인기계이자 괴물로 키워진 윤성이 서용학을 포기하는 대신 나나를 구하는 어제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중요하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정의를 위한 복수와 사랑하는 이의 목숨 두 가지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물론 시청자는 안다. 그리고 <시티헌터>는 또박또박 그 답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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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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