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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키친아트는 어떻게 연매출 700억 회사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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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키친아트는 어떻게 연매출 700억 회사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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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2000년 4월, 그들이 가진 건 쥐뿔도 없었다. 남은 건 직원들에게 줘야 할 퇴직금 76억원을 비롯한 누적 부채 939억원, 그리고 분신 사태를 부른 끔찍한 노사 관계를 가진 회사라는 오명뿐이었다. 이런 회사를 퇴직금까지 모두 털어 되살려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방용품 업체인 키친아트의 임직원들이다.

돈도, 전문경영인도, 유명 대학 졸업장 같은 화려한 스펙도 없었지만 이들은 '무엇이든 같이 하자'는 생각 하나로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어떤 일에 책임을 지는 것도, 성과를 나누는 것도 언제나 함께였다. 한순간에 고꾸라진 연매출 1000억원대의 회사를 살릴 수 있었던 건 이들이 가진 '같이 정신' 덕분이었다.


거꾸로 키친아트의 전신인 경동산업은 이 '같이 정신' 때문에 망하고 말았다. 경동산업은 국내 최초로 양식기 공장을 세운 회사로, 한창 때에는 국내외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수 7000여명, 연매출 1000억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엔 훌륭한 회사였지만 임직원들의 생각은 형편없었다.

임원들은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에 빠져 직원들을 관리의 대상으로만 여겼다. 공장에 있는 기계에 안전장치가 없어 직원들의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는데도 임원들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면 공장 수위가 직원들 몸을 샅샅이 뒤졌다. 숟가락이나 포크 같은 것을 빼돌릴까봐 몸수색을 한 것이다. 임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직원들에 대한 어떤 배려가 있을리 없었다.


설렁탕 한 그릇이 2000원이던 시절, 경동산업에서 한 달에 한 번을 쉬고 특근 3개를 포함한 잔업 118시간을 해서 받는 돈은 고작 16만원이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린 직원들이 임원과 회사에 대해 반감을 갖는 건 당연했다. 노사 사이의 이 같은 갈등은 1984년 9월4일 분신 사태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불거졌다. 회사 측이 노조와 불합리한 임금협상을 한 데 대해 반발을 하다가 징계를 받은 직원들 몇 명이 몸에 신나를 뿌리고 임원들 방을 찾았다가 그 중 일부 사람들 몸에 불이 붙어 사망한 것이었다.


양식기 사업에서 돈을 번 뒤 자동차 부품, 자판기 종이컵 등 이곳저곳에 문어발식 투자를 하던 경동산업은 경영전략과 재무관리의 부재로 1992년 말부터 자금난을 겪었고, 계속되는 노사 갈등까지 더해져 2000년 4월 법정관리 퇴출 명령을 받았다. '같이 정신'을 가지려 하지 않았던 임직원들이 결국 회사를 무너뜨린 셈이었다.


키친아트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다. 부도를 맞은 경동산업에 맞서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달라며 파업을 하던 직원들은 문득 '회사가 나쁜 건 맞지만 이대로 무너지게 둘 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노동조합위원장 출신과 생산총괄차장 출신 등 경동산업 직원 288명이 뜻을 모았다. 이들은 담보로 잡힌 경동산업의 공장 터와 기계 등을 은행에 넘겨준 뒤 '키친아트'라는 브랜드 하나만을 갖고 회사 살리기에 뛰어들었다. 2001년 3월 키친아트를 설립할 때의 회사 자본금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장도, 자본도 없고 전문경영인도 없는 키친아트의 시작을 불안하게만 바라봤다. 키친아트 임원 5명 가운데 대졸자가 단 1명이라는 사실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명문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꾸린 경동산업도 망했는데 현장 출신 사람들이 만든 키친아트가 잘 굴러갈리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키친아트는 첫해부터 흑자를 내며 당당히 다시 일어섰다. '같이 정신'의 힘이었다.


임직원과 주주 228명이 지분을 똑같이 나눠 갖는 직원 소유 회사로 세워진 키친아트. '공동소유', '공동책임', '공동분배'. 모든 것을 같이 한다는 뜻의 사훈이 회사를 운영하는 길잡이가 됐다. 협력사와의 무너진 관계를 다시 쌓을 때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 아이디어를 낼 때도, 제품에 문제가 생겨 이를 수습할 때도, 성과를 분배할 때도 임직원들은 항상 같이 였다. 키친아트엔 '나만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임원도, '도대체 우리 회사는 왜 직원들을 배려하지 않을까'라는 반발심을 가진 직원도 없었다.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연매출 700억원을 올리는 회사, 키친아트를 일궈냈다.


'키친아트 이야기'는 직원들에게 자사 주식의 전체 또는 일부를 갖게 하는 경영 방식을 뜻하는 '에퀴티(Equity) 모델'이라는 개념으로 키친아트의 경영 일화를 풀어낸다. '같이 정신'으로 망한 회사를 다시 세워낸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한가. '키친아트 이야기'에 경동산업의 시작부터 끝, 키친아트의 시작과 현재가 모두 담겨있다.


키친아트 이야기/ 정혁준 지음/ 청림출판/ 1만3000원


◆에퀴티 모델(Equity Model)
나눠서 배가 되는 건 기쁨만이 아니다. 회사도 나누면 배가 된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이는 스타벅스, 펩시콜라, P&G의 경영 방식인 '에퀴티 모델(Equity Model)'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에퀴티 모델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자사 주식의 전체 또는 일부를 갖게 하는 경영 방식으로, 직원들이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당근'이다.


스타벅스는 '빈스톡(Bean Stock)'이라는 스톡옵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들이 회사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했고, 펩시콜라는 '쉐어파워'라는 이름으로 매년 직원 50만명에게 연봉의 10%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너스로 주고 있다. P&G는 1887년부터 직원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해왔다. 에퀴티 모델을 중심에 세운 이들 회사는 탁월한 성과를 내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연매출 700억원을 올리는 회사를 키워낸 키친아트는 이 '당근'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키친아트의 사훈인 '공동소유' '공동책임' '공동분배'는 이 에퀴티 모델의 핵심을 그대로 담았다.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모든 일에 같이 책임을 지며 성과도 함께 나누겠다는 것이다. 이제 선택은 당신 몫이다. 회사를 한 손에 꼭 쥐고 나만의 것으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모두의 것으로 만들 것인가.




성정은 기자 je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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