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반핵운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된 그린피스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마이크 핀켄(44ㆍ사진) 선장을 만나기 위해 12일 오전 인천항 1부둣가를 찾았다. 한국에서 첫 단독인터뷰를 본지와 마친 그가 던진 화두는 바로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났던 대재앙을 떠올려 보세요. 이는 한국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라는 것이었다.
지난 3월11일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를 접한 뒤 5월16일까지 두달여간 그린피스 육상조사 2개 팀과 함께 후쿠시마 앞 바다 오염수치를 조사했던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국가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빨간 등이 켜졌음을 감지하고 이번에 한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이들은 이번 항해에 '핵 없는 한국 Nuclear Free Korea'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한국내 원전이 위치하고 있는 4개 지역과 원전 건설 예정지 2곳이 이번 항해의 주요 목적지다. 이들 지역을 방문해 지역 주민들에게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들을 배로 초청해 배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지역 환경단체와 연대해 토론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핵 없는 한국'에 대한 연대의 장을 넓혀나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들이 직접 목격한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상황을 전 세계에 알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최근 수명 연장 논란을 빚은 영광 고리 1호기와 관련해 마이크 선장은 "노후된 원자력발전소는 더욱 위험합니다. 세상에 안전한 핵이란 아예 없어요. 독일처럼 한국도 수명이 다 된 것은 폐쇄해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단순히 원자력발전소 건설비용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운영ㆍ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원자력만큼 비싼 것은 없으며 사고 발생 시 피해는 경제적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자력 피해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재앙입니다. 핵 자체도 위험하지만 핵폐기물이 더 위험해요. 수백 년을 갑니다"라며 다시 한 번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린피스의 현장조사 결과 실제로, 일본 후쿠시마 현지와 인근 토양, 해조류 등에서 방사능 위험물질인 세슘이 다량 검출됐으며 이는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25년이 지난 체르노빌에서 아직까지 검출되는 물질이라고 밝혔다.
'레인보우 워리어호'라는 이름은 그린피스가 1971년 처음 미국의 핵실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당시 미국 인디언 추장이 한 말에서 유래됐다. 예지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 추장은 "핵, 쓰레기, 오염 등으로 지구가 아프고 동물과 식물이 죽어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때 그것을 구원할 수 있는 전사가 나타날 것이며, 그의 이름은 "레인보우 워리어"라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이 추장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그들의 첫 배 이름을 '레인보우 워리어'로 명명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마이크 핀켄 선장은 1996년 그린피스 탄생 25주년에 벤쿠버에 정박해 있던 그린피스 소속 모비딕 배에 오르며 처음 그린피스 일원이 됐고 10년 동안 다양한 활동을 거쳐 2006년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선장이 됐다. 지난 2008년에는 암스테르담으로 들어오던 석탄 선박을 저지하기 위해 레인보우 워리어호로 석탄선박의 항구 진입을 막고 경찰 예인선과 거칠게 대치하면서 '미친 선장 마이크(Crazy captain Mike)'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구의 전사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13일 오후 1시 인천항을 출발해 오후 늦게 영광에 도착하게 되며, 17일 울산, 18일 월성, 19일 영덕, 20일 울진, 21일 삼척에 닻을 내린 뒤 23일부터 부산에 머물다가 27일 한국을 떠난다.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떠난 뒤에도 그린피스의 국내 활동은 한국지부 설립을 통해 지속될 예정이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지부는 8월에 한국 내 활동가를 뽑고 사무실을 구하는 등 준비작업을 거쳐 연내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무실 위치는 정부와 언론, 공공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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