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리더스포럼강연서 또 이건희 회장 겨냥 발언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8일 또 다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겨냥해 '총수가 바뀌어야 한다'고 몰아 붙였다.
이날 발언은 과거 정 위원장이 이 회장의 발언을 선견지명의 사례로 소개한 것과 달리 자신만의 논리로 조목조목 반박,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해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이날 오전 삼성 내부 비리를 질타한 뒤 나왔다는 점에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반성장에 대한 이 회장의 듣도 보도 못한 발언이후 소원해졌던 둘의 관계가 삼성성전자의 동반성장 협약식 이후 달라지는 듯 했으나 정 위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양상이다.
8일 제주서 열린 중소기업리더스포럼 기조강연에서 정 위원장은 "위원회 출범 6개월 가량 지났지만 아직 변화가 미미하다"고 운을 뗀 뒤 대기업 총수문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강연 도중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야한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이젠 총수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강조하며 말한 내용을 빗댄 표현이다.
이어 정 위원장은 "삼성도 10년 후 구멍가게가 될 수도 있다고 총수가 지적한 적이 있는데 이는 엄살이 아닐 것"이라며 "총수 본인이 자신이 처한 문제점을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지난해 이 회장이 미국 한 전시장에서 강조했던 데서 빌려왔다. 이 회장의 발언이 "아직 긴장을 풀면 안된다"는 주문이었다면 정 위원장은 "더 성장하려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정 위원장은 "총수가 변하지 않으면 위선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며 "(동반성장을 무시하면)존경받고 일하길 포기한 회사"라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정 위원장의 이 회장 발언 인용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둘 사이가 소원해 진 최근에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5년 서울대 총장 시절 정 위원장은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주최 최고경영자대학 강연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이건희 삼성 회장도 한 사람이 5만, 10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인재양성을 위한 이 회장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그룹의 사장단 모임인 '수요회'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또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 총수가 아닌)부회장이 요청해 일부 대기업을 만나고 있다"면서 "회장을 만날 땐 이런저런 조건을 건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역시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 등을 만났기 때문에 이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위원장은 서울대 총장 때부터 지난해 국무총리 재직 때까지 삼성이 매년 개최하는 호암상 시상식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 이 회장을 만나왔으나 올해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4월 13일 서초구 삼성전자에서 열린 공정거래와 동반성장 협약식에 참석했으나 이 회장이 불참하면서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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