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위해 대기업 총수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빗대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야한다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젠 대기업 총수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서려는 의지가 없는 대기업 회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8일 중소기업리더스포럼에 참석한 정 위원장은 '동반성장의 길과 대중소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위원회 출범 6개월 가량 지났지만 아직 변화가 미미하다"며 운을 뗀 그는 대기업 총수를 직접 겨냥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정 위원장은 "기업문화는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퍼져나간다"며 "대기업 총수가 먼저 동반성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총수가 변하지 않으면 위선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존경받고 일하길 포기한 회사" 등 직설적인 비판도 이어갔다.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일부 대기업의 그릇된 관행을 꼬집었다. 그는 "일부 대기업이 개별적으로 제안해 와 만나고 있지만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어 (총수가 아닌) 부회장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히진 않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선 민감한 사안인 초과이익공유제를 언급하지 않는다거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관한 내용일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지난 2월 초과이익공유제를 처음 언급했던 정 위원장은 며칠 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선 초과이익공유제에 관해선 이야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이 "이해가 가지 않고 들어보지도 못했다"며 원색적으로 비판한 데 대해 정 위원장은 "교과서에 나와 있다"며 반박한 적은 있지만 둘이 만난 적은 없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민간기구이긴 하지만 최근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만큼 대기업 총수 입장에서도 정 위원장을 독대하는 게 부담이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 역시 "일부 대기업 총수는 (동반성장을) 외부적인 압력으로 여기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경제관료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정 위원장은 "관료들이 동반성장에 대해 기존의 인식이나 시스템의 연장선상에서만 이해하려한다"며 "동반성장위원회는 사회적 변화를 선도할 구심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식경제부나 중소기업청의 부속기구, 산하기관 정도로만 생각하는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제주=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