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중심으로 돌아가는 메이저리그에서 코치 얘기는 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마이크 매덕스 텍사스 레인저스 투수코치는 세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매덕스 코치는 정교한 컨트롤로 통산 355승을 기록한 그렉 매덕스의 친형이다. 같은 피를 물려받았지만, 현역 시절의 기록은 판이하다. 15년 동안 동생의 9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39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그랬던 그가 코치로 변신한 뒤 동생 못지 않는 명성을 얻고 있다. 주변에서 코치계의 '그렉 매덕스'라고 말할 정도다.
매덕스 코치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건 소속팀의 성적 때문이다. 지난해 팀 사상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텍사스는 올해도 리그 서부지구 선두(이하 9일 현재 34승28패)를 달리고 있다. 그동안 막강 타력을 앞세우고도 빈약한 마운드 때문에 늘 고전했는데 매덕스 코치의 조련 아래 투수들이 힘을 내면서 성적이 쑥쑥 올라갔다.
원래 텍사스는 투수들의 무덤인 홈구장 알링턴 볼파크 개장(1994년) 이후 2009년까지 팀 평균자책점이 5.00을 넘었던 약체였다. 특유의 제트 기류 덕에 투수들은 늘 고전했고 팀은 매번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동안 오럴 허샤이져 등 스타 출신 코치들을 초빙해 고쳐보려 했지만 평균자책점은 늘 제자리였다.
하지만 매덕스 코치가 2009년 부임하면서 팀 평균자책점이 4.38로 떨어진 뒤 지난해엔 3.93으로 확 떨어졌고 올해도 3점대(3.71)를 유지하고 있다. 매덕스 코치는 별 볼일 없었던 투수들도 A급으로 변모시켰다. 2년 동안 일본에서 뛴 뒤 큰 기대없이 돌아온 콜비 루이스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3승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했고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CJ 윌슨(6승3패 3.03)과 알렉시 오간도(6승, 2.20)가 특급 선발투수로 변신한 것 모두 매덕스의 작품이다.
매덕스 코치가 더 대단한 건 사이영상에 빛나는 클리프 리가 올해 텍사스를 떠나고도 팀 마운드 전력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주변에선 리가 빠진 텍사스의 마운드는 불안할 것이다고 내다봤지만 지금의 텍사스는 리가 있으나 없으나 별 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올해가 더 안정됐다.
매덕스 코치의 조련 방식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투수에게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한 뒤 개선 방안을 찾는게 특징이다. 여기에 '못하면 되게 하라'는 다소 강압적인 방식도 가미하고 있다. 비록 자신은 현역 생활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자신감을 계속 주입시키며 어려움을 극복하라고 주문한다.
한편에선 메이저리그의 투고타저 현상을 지적하며 매덕스 코치의 실력을 내리깎기도 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삼진왕 출신의 놀란 라이언 구단주는 매덕스에 대한 신임이 두텁다. 지금도 매덕스 코치와의 계약은 최고의 프리에이전트 계약이라고 말할 정도다.
여기에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첫 코치 생활을 하면서 키웠던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특급 선발투수 로이 오스왈트와 마무리인 브래드 리지 그리고 밀워키 브루어스 시절 함께 했던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인 CC 사바시아도 매덕스 코치가 없었다면 급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교한 지도력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마이크 매덕스 투수코치. 그가 올해 소속팀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지 두고 볼 일이다.
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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