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프라임저축은행에 대해 검찰이 불법대출 등의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지점은 이른 아침부터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11시가 지나면서 이미 번호표는 200번을 넘어섰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은행을 들어서던 고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우선 좀 지켜보자'며 관망세를 유지하던 고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씩 예금 인출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은행 측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자료를 붙이고 직원들이 사태 진정에 나섰지만 결국 오전에만 5개 지점과 인터넷뱅킹을 통해 200억 정도가 빠져나가는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영업점에서 기자와 만난 한 50대 여성고객은 "이 동네에 살면서 프라임 저축은행과 거래한지 15년이 넘었지만 이런 사태는 처음"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예금과 적금은 물론 후순위 채권에도 1억 원 넘게 투자했다는 이 고객은 "위험 채권에 투자한 이유도 '프라임을 믿었기 때문'인데 오늘 그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손익계산 따지지 않고 무조건 다 뺄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하다가 이웃 주민에게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는 또 다른 60대 여성은 "얼마 전 만기된 적금이 있었는데 요즘 저축은행이 불안하다는 얘기가 많아 고민하다가 직원 권유로 연장했다" 면서 "그때 그냥 돈을 찾았어야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저축은행의 특성상 인근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래한 고객들이 많은 탓에 뉴스를 보고 달려온 주민들끼리 영업점에서 안부 인사를 하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발생했다. 번호대가 다른 주민들끼리 팀을 나눠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순서를 정해 기다리다 서로의 차례가 오면 연락해주기로 하는 등 '협동심'도 연출됐다.
반면 정확한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한다며 신중론을 펴는 고객도 있었다. 지점장을 만나서 자세한 은행 측 입장을 듣게 해달라고 요구하던 한 60대 남성은 "불안한 마음에 예금자들이 계속 인출을 하게 되면 은행이 더 어려워진다"며 "은행과 함께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은행측에도 "언론에 반박 성명서만 내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불안해하는 고객들을 하나하나 설득하고 안심시켜야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프라임 저축은행이 동아일보의 검찰수사 보도에 대해 전면부인하며 법적대응방침까지 밝힌 가운데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이 진정국면에 이를 수 있을지 뱅크런 등의 유동성 문제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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