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감동과 전율을 이야기 해도, 결국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는 주말 저녁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 명제는 시청자들의 여러가지 불만 사항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 개그맨 매니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지난 주 방송된 중간 점검은 본 경연에 비해 시청률이 하락했다. 음악을 뺀 나머지 부분의 방송에 대한 개그맨 매니저들의 역할을 고민 할 시점인 것이다. 그래서 7명의 매니저들을 잘나가는 연예기획사 본 엔터테인먼트의 면접을 보게 했다. 면접의 결과는 독고진의 독한 충고와 구애정의 애정어린 격려로 정리했다. 그 결과 두 연예인이 선정한 최고의 매니저는 과연 누구일까. 선정된 매니저는 불안한 연예계에서 인생 2모작을 고려해 볼 절호의 찬스다.
당신, 진짜 매니저야? 어떻게 같이 다니는 가수가 더 웃길 수가 있어. 프로그램이 당신에게 요구하는 건 매니저 역할을 하는 예능인이지 진짜 매니저가 아니잖아. 이소라가 매 번 선곡을 할 때마다 다른 출연자에게 “그 곡은 안되겠다. 너무 잘해서”하고 개그를 날리는데 왜 옆에서 보고만 있어? 개그에서도 합을 맞추란 말이야. <강철심장>에 출연해서 빵빵 터트린 거 다 봤어.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마. 그렇게 쉬우면 아무나 개그맨 그 자리에 앉혀 놨게? 출연자이자 MC인 이소라의 매니저는 아무나 개그맨이 가질 수 있는 그런 역할이 아니야.
난요, 이병진 씨가 진짜 좋은 매니저 같아요. 당신이 개그 욕심을 접어 두는 건 가수의 템포를 온전히 존중하기 위해서 한 발 물러나 있기 때문인 거잖아요. 그렇죠? 당신의 가수는 예민하게 노래에 몰입하면서 섬세하게 방송 진행까지 하니까요. 아버지의 응원 문자를 보여주고, 꽃바구니를 준비해 올 때는 여배우를 대하듯 정성이 보여서 내가 다 감동했다니까요. 특히 당신이 이소라와 팔짱을 끼고 복도를 걸어오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아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 자신의 어깨를 빌려주는 그런 느낌이거든요. 묵묵히 뒷바라지 하는 전통적인 매니저의 분위기 같은 거요. 아, 그리고 가끔씩 방송 전체를 조망하는 객관적인 멘트를 던지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당신의 가수에 치우치지 않는 식견이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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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 눈치 챘어. 당신은 첫 만남에서부터 가수에게 밀렸어. 물론 당신 가수가 워낙 에너지가 넘치고 활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말 놓으면 진짜 거칠게 나간다”고 농담을 할 때 그걸 받아치지 못하고 당황하는 얼굴을 들켜 버리는 건 좀 곤란해. 긴장을 풀어. 더 치고 나가란 말이야. 운 좋게 호탕한 가수를 만났으면 그 너그러움 안에서 좀 놀아 보란 말이야. 게다가 당신 가수는 아직 미지의 인물이잖아. 당신의 역할이 무궁무진하다고. 이제는 “엠케이 누나”말고 새로운 이미지를 발굴해 줘야 할 때야. 진짜 매니저처럼 그녀에게 집중하고 밀착하는 것부터 시작해. 당신의 역할에 익숙해지는 게 먼저, “공동 2위가 5명일지도 모른다”는 무리수 개그는 그 다음 순서야.
연습실에 빵 사간 거, 박휘순 씨 아이디어였어요? 그 장면을 보고 BMK의 B가 빵인 줄 아는 사람들이 생겼더라구요. 그러면서 BMK를 한결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느끼는 시청자도 많아졌구요. 물론 털털하게 “빵을 사랑해! 사랑해!”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드러낸 가수의 덕분이기도 했지만, 당신이 같이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 시킨 건 잘 대처한 거라고 생각해요. 기라성 같은 가수들에, 예능 선배들까지 포진해서 스튜디오에서는 쉽게 끼어들기 어려울 거예요. 이해해요. 그러니까 당신은 지난번처럼 야외 촬영에서 최대한 인상을 남겨야 해요. 늘 간식 준비하는 것 잊지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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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급하지? 음, 그럴 거야. 라디오와 케이블을 거쳐 드디어 공중파로 회군 했는데, 첫 가수가 탈락하니까 아찔했을 거야. 그렇다고 혼자 살아남으려고 하면 안돼지. JK김동욱을 만나자말자 대뜸 “미국 공연 가서 우리 둘이 나이트클럽 갔었는데”라고 공격을 하는 건 너무 <강철심장> 스타일이잖아. 중간 평가할 때 김범수 노래에 난입해서 춤을 춘 것도 좀 섣부른 행동이었다고 봐. 게다가 금방 부끄러워하면서 도망갔잖아.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현장을 시청자에게 들켜 버린 거야. 물론, 마냥 발언기회를 기다리지 않는 적극적인 태도는 좋아. 하지만 한수, 한수 제대로 두지 않으면 이기기 어려운 판이야. 새 가수에 어울리는 새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해. 그러니까 천천히 조심해서 빨랑 가!
고영욱 씨, 자신감을 가져요. 당신은 이 프로그램 출연자 중에서 유일하게 가요대상을 수상한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한때 음악인 이상민을 따라 나섰던 사람이 어쩌다 예능인이 된 거죠. 그 부분은 당신만의 독특한 지점이니까 놓치지 말았으면 해요. 그리고 JK김동욱의 발을 닦아주겠다고 한 부분이나, 김연우와의 경험에서 느낀 노하우를 전해 주는 장면에서는 당신이 제법 관찰력 있고 사려 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성과 마음은 준비되었네요. 이젠 그것들을 어떻게 보여줄지, 그것만 결정하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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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방송 재개 했을 때, 당신이 대기실 들어서면서 “누나, 보고싶었어요” 할 때 내가 얼마나 얼굴이 빨개졌는지 알아? 당신 따위가 독고진 부끄럽게 만든 거 대단해. 어디 가서 소문 내지마. 고소할거야! 그런데 당신은 원래 파트너를 놀리면서 개그를 쌓아가는 스타일이잖아. 김신영이나 임예진하고 같이 출연 할 때는 그렇게 놀리면서도 스캔들이 났단 말이야. 왜 이번엔 무한정 잘해주기만 하는 거야. 당신의 매력은 말솜씨 좋은 나쁜 남자 분위기에서 나오는 건데, 왜 그걸 마냥 포기하는 거야. 목덜미에 얼음 찜질을 해 주질 않나, 가글링하러 화장실 가는데 그 앞에서 대기하고 있질 않나. 설마, 진짜 좋아해? 그럼 그 사람이 다른 이성이랑 있는 걸 봐. 그때 심장이 뛰면 그건 확실한 거야.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알아요. 한 주 방송분이 걸려 있을 때 죽기 살기로 해야한다는 걸 말이에요. 아마 당신도 예전엔 그런 전투적인 마음으로 방송을 했겠죠. 그런데 지금은 진심으로 당신의 가수를 응원하고 있어요. 나는 그런 것도 일종의 성숙이라고 봐요. 어시스턴트가 있어야 멋진 골이 나올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체 그림이 보기 좋아진다는 걸 받아들인 거죠. 그래서 당신이 ‘소나기’ 편곡을 위해 하림 씨를 만났을 때 “박정현만의 어떤 느낌은 남겨달라”고 주문하거나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를 편곡 할 때 가스펠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먼저 떠올리는 장면을 나는 좋아해요. 그건 골몰해서 제안한 아이디어라기보다는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들이거든요. 매니저와 가수를 떠나서 서로의 승승장구를 빌어주는 파트너십, 그런 게 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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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아. 아주 어려워. 진행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혼잡한 프로그램에 투입되었으니 고민이 많을 거야. 게다가 당신 가수는 여론이 상당히 집중하고 있는 인물이잖아. 무조건 당신 가수 편을 들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냉정한 소리를 할 처지도 못돼. 그렇다고 당신이 가수보다 더 긴장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얼굴에 초조하다고 다 쓰여 있잖아. 당신 가수가 어떻게 문제에 대응하는지 봐. 정면대결이야. 노래를 의심할 땐 노래로 증명하겠다잖아. 그럴 때 당신은 안으로는 가수에게 안정을 주고, 밖으로는 가수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야 해. 안티는 극복하고 상처를 회복해서 행복해지는 방향을 모색하라고. 일단은 당신에게 큰 웃음은 기대하지 않겠어. 그만큼 큰 임무가 있다는 소리야.
임재범이 당신의 뒷모습을 보고 “어머니야?”하고 물었잖아요. 다들 웃었지만, 나는 마음이 조금 찡했어요. 방송을 떠나 평소에도 가까운 사이라면서요. 무대에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긴장한 가수의 속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무서운 무대를 무사히 끝낸 가수가 진심으로 대견하니까 아마 당신의 뒷모습에서 어머니의 느낌이 묻어났겠죠. 그런 가수가 1위를 했을 때, 당신은 환호했지만 그마저도 사과를 해야 했어요. 일반 직장이라면 사내에서 미움 좀 받았다고 이렇게 비난 받진 않았을 텐데, 방송이란 참 엄격하고 무서운 곳이죠. 그런 상황에서 가수에게 절대적인 편이 되어 준다는 건, 100억을 줘도 못 사는 국보 같은 의미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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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는 내 가수가 귀할 수도 있어. 지나치게 진지할 수도 있어.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나가수’의 매니저는 안돼. 이건 진짜 은퇴를 걸고 하는 게임도 아니고, 평생 짊어질 가수의 순위를 매기는 자리도 아니야.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주말 저녁 시간을 즐겁게 보내야 한다는 거라고. 그런데 당신은 너무 매니저 역할에 충실해. 그것도 일거수일투족 함께 하는 로드 매니저 느낌이야. 남들 앞에서는 당신 가수 보호하고, 가수와 있을 때는 냉정하게 잔소리를 하잖아. 그게 바라지 하는 사람의 비극이지만, 결국 당신은 남과 가수 모두에게 미운 털이 박힐 수 있다고.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진정성, 나도 그 가치는 알아. 하지만 TV에 어울리는 만큼만 진정하면 좋겠어. 가끔씩 너무 감동 받은 리액션을 보이면 화딱 깨서 후딱 채널 돌리는 사람도 있다고.
김제동, 윤도현 두 사람은 어딘가 부부 같아요. 나는 내 남편 흉을 봐도, 남들이 욕하면 발끈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당신이 가수를 아끼는 마음만큼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일일 진행자가 된 윤도현이 기침을 하자 당신은 기다렸다는 듯 물을 가져다주었죠. 그건 연출이나 설정이 아닌 자연스러운 쿵짝이 빚어낸 호흡이었어요. 그래서 아마 당신은 이 방송을 완전히 진심으로 대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당신에게 친구 윤도현을 케어하는 역할은 방송을 위한 캐릭터가 아니라 일상이니까요. 분명 당신은 방송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어요. 그 때문에 힘들어지지 않게 마음을 조절하는 것 역시 당신의 몫이라는 것만 기억해 주세요. 그동안 많이 데이면서 배웠잖아요. 그거 홀라당 까먹지 말고 진짜로 쿨하게 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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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은 속이지 못해. 당신은 이 방송의 1인자가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지? 물론 MC가 경연 가수라는 이상한 시스템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신은 계속해서 진행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어. 그것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야. 문제는 진행을 할 때는 자신감 있게 맥을 짚어 주면서, 정작 개그 멘트를 던질 때는 위축되는 태도야. 그나마 김범수와 단 둘이 있을 때 당신은 아주 활발해. 서로가 서로를 살짝 놀리는 둘의 구도는 형제처럼 보기 좋을 정도야. 하지만 출연자들이 모두 모여있을 때, 당신의 개그는 자꾸 오디오가 물리거나 다른 발언에 뭍혀버려. 박정현이 등장 했을 때 매니저들이 김연아 같다, 요정 같다고들 했지. 그때 “상대방 방송에 출연 중”이라고 당신은 회심의 멘트를 던졌지만 그걸 캐치한 사람은 많지 않았어. 받아줄 사람이 없다고 주눅 들지 마. 시청자가 그 개그 덥썩 받아주게 만들란 말이야.
초반에 당신은 김범수에게 “내 앨범 녹음하는데 와서 퓨처링(?) 해라”고 괜히 심술을 부렸죠. 하지만 이제는 당신이 김범수의 무대를 위해서 연습을 하고 있어요. 겉으로는 “이제 다른 일자리 알아봐야겠다”고 툴툴대면서도 당신은 누구보다 가수의 상태를 걱정해요. 낯간지러운 말은 못하지만 진심을 전하는 남자들의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경우죠. 게다가 당신은 꽤 냉철해요. 청중평가단의 취향을 예리하게 분석해서 가수에게 조언을 하고, 심지어 순위를 합산한 경우의 수를 통해서 가수가 정확하게 상황을 직시하게 만들어요. 방송을 시스템적으로 조망하는 프로듀서적인 마인드가 있다고 할까요. 어머, 이러다가 정말 1인자 되는 거 아닌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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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마음에 안들어! 독도로독독 독고진의 세상에 맞춰 줄 완벽한 매니저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단 말이야. 나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서 나를 좋아해 주는 그런 매니저가 좋아. 내가 좀 불안하고 실수해도 “내 눈에는 당신이 최고!”라고 격려해주는 ‘1호 팬’ 같은 매니저가 최고란 말이야. 그러니까, 돌아와 김신영! 장우혁 싸인 100장 받아다 줄게.
여러분 모두 마음에 들지만, 사실 전 어르신들 잘 모시고 항상 허허 웃는 지상렬 씨가 좋아요. 다른 가수들에게도 긍정적인 농담을 많이 해 주시고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시더라구요. 하지만, 저에게는 친오빠가 있거든요. 10년 만에 단독 고정 잡았다고 울어주는 우리 오빠 말고 다른 매니저를 생각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필요한 분은 우리 오빠를 좀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예요. 예를 들면, 최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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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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