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국제유가는 오르고 기술개발의 진전으로 개발비용은 낮아지면서 새로운 자원개발 타깃으로 셰일가스(Shale Gas)가 주목받고 있다. 셰일가스는 진흙이 굳어진 암석층에 함유된 메탄가스로 혈암가스라고도 한다. 그간 개발비용이 비싸 생산되지 못하다가 최근 기술개발과 유가와 연동된 천연가스단가가 상승하면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세계 비(非)전통적 천연가스(유정이 아닌 퇴적층에서 추출하는 가스)의 매장량이 920조㎥로 이중 절반이 셰일가스로 추정된다. 나머지 절반은 사암층 및 석탄층에 저장된 가스다. 셰일가스는 진흙(혈암)이 수평으로 퇴적한 구 굳은 암석층에 위치해 기존 수직시추로는 균열이 발생해 경제성 있게 포집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전세계 비전통 천연가스 920조㎥ 절반이 셰일가스=그러나 최근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셰일가스개발을 위한 수평정 시추기술과 수압파쇄기법이 개발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기술이 개발된 미국 바넷(Barnett)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수평시추 가스정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회수율도 크게 증가했다. 비전통가스의 회수율이 통상 20%인 반면 바넷지역은 50%에 이른다. 수평정 시추기술은 지표에서 수직으로 시추한 후 특정 깊이부터 진입각도를 꺾어 가스저장층에 진입한 뒤에 수평을 유지하면서 파이프를 연장해 시추하는 것. 수압파쇄기법은 높은 수압으로 시추 파이프주위에 인위적 지진을 일으켜 균열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천연가스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셰일가스의 혁명이라 불릴만큼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미국 총 가스생산의 10%를 셰일가스가 차지하고 있으며 2035년에는 46%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은 그간 메이저기업보다는 중소규모 독립계 에너지기업들이 개발에 참여해왔다가 기술개발과 잠재력이 확인되면서 메이저기업들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쉘의 경우 이스트리소시스 지분을 100%인수하는 등 거래가 활발하다.
유럽은 가스소비의 30%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역내 가스개발 필요성은 높지만 비전통가스기술개발이 대부분 수질 및 토양오엄 등을 수반해 환경규제가 강한 유럽에서 개발은 사실상 어렵다. 일부에선 유럽의 셰일가스 생산은 2020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2004년 셰일가스 조사를 시작으로 2009년 미국과 셰일가스 개발 협력에 합의했으며 에너지소비 가운데 4%인 가스비율을 2015년까지 8%로 높일 계획이다. 중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36조1000억㎡로 미국의 1.5배에 달한다. 양쯔강 고원, 허베이분지, 타림 분지 등에 주로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영에너지기업인 CNPC와 페트로차이나가 중국 남부 스촨 등지에서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며 미국과 협력합의에 따라 쉘과 페트로차이나가 스촨성지역을, BP와 시노펙이 구이저우성 및 장쑤성을 개발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NPC는 지난해 캐나다 엔카나를 셰일가스개발 합작사로 선택한 바 있다. 이외에 아르헨티나 지역에서는 렙솔-YPF사가 아르헨 자회사 YPF가 파타고니아지역에서 4.5입방피트(Tcf)의 셰일가스 발견에 성공했다. 이는 아르헨 전체 확인 매장량의 4분의 1에 해당된다.
국내서는 한국가스공사가 캐나다 최대 가스생산업체로 셰일가스의 탐사와 기술력을 갖춘 엔카나의 지분 50%를 취득하면서 이 분야에 본격 진출했다.
◆환경문제 등 그림자는 여전..장기적 기술개발 필요=셰일가스등 비전통가스 개발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비전통가스개발은 현재 진행중인 전통가스 개발프로젝트를 지연시키거나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부정적 효과도 낳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하락으로 캐나다 노바스카샤주의 계획된 LNG수입터미널사업이 연기되기도 했다.
특히 환경문제는 여전한 걸림돌이다. 수압파쇄기법은 대량의 물을 사용해 수자원고갈과 화학물질의 사용으로 수질오염도 발생한다. 미국 바넷지역의 셰일가스개발에는 6만2933배럴의 물이 사용됐다. 또한 단위면적당 회수율이 적어 상대적으로 넓은 토지를 사용한다. ㎢당 셰일가스는 최대 6.4cm(20% 회수율가정)인 반면 전통가스는 20억cm를 채굴한다.
중국의 셰일가스 생산확대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야기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셰일가스 생산 확대로 에탄 생산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 석유를 원료로 한 설비를 사용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탄은 셰일가스 등 천연가스에서 분리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유기돈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기관이 2015년이 되면 중국에서 셰일가스 생산이 가시화할 것으로 본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 내 셰일가스 등 천연가스 생산 확대가 가져올 석유화학산업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이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셰일가스 개발참여는 단기적으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스가격 하향세와 기술력 부재로 인해 가시적 사업성과를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LNG수입 2위(가스소비 8위)인 현실을 고려하면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셰일가스 개발 참여는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기술습득을 위한 방안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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