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난 달 31일 오후 4대강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충남 연기군 금강 금난보 건설 현장. 하늘색 점퍼에 파란색 모자, 운동화 차림의 한 중년 남성이 상기된 표정으로 들어섰다. '4대강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이 장관은 이날 특임장관실 직원 20여명과 함께 다음 달 15일 완공을 앞두고 있는 금강 살리기 현장 시찰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의 일등 공신인 그는 이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던 대운하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560여km를 완주했다. 이 때 경험을 토대로 '물길 따라 가는 대한민국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을 출간하는 등 4대강 정비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때문에 그는 97% 가까이 완공된 금난보 현장과 수변 시설을 둘러보며 시종일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설치한 가동보의 수문 개폐 시연을 지켜본 뒤에는 "천지가 개벽한 것"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선 자청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트로트 가수 설운도씨의 대표곡 '누이'를 구성지게 불러 직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노래는 잘 못하지만 듣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직원들의 노래가 이어질 때마다 박수로 장단을 맞췄다.
이 장관의 이번 현장 방문은 한 달여 만에 재개된 것이다. 그는 지난 4.27재보궐 선거 참패 직후 치러진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의 측근인 안경률 의원이 고배를 마시면서 당내 구주류로 전락하자, 각종 정치 현안과 거리를 두며 자숙의 기간을 가졌다.
때문에 이번 현장 방문을 계기로 활발한 정치 행보를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그는 1일 서울 소공동에서 열린 한 포럼 특강에서 재보선 참패 이후 당내 자중지란 상황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당이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반성하고 되짚어봐야 하는데 서로 책임 떠넘기기 바쁘다"고 비판했다. 당 대표 경선인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서도 "이번 전대에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민심이반에 대한 책임이 정부와 한나라당 모두에 있다고 강조하면서다. 그러면서 그는 금품 사용 금지와 지구당 방문 금지, 트위터 등 SNS 이용한 선거 운동 등 사실상의 전대룰을 제시했다.
여권 안팎에선 이 장관의 다음 행보가 대권 도전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를 위해 당내 조직을 가동시키는 등 지지세 결집에 나서는 등 정치 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장관은 이날부터 그동안 끊었던 트위터를 다시 시작하고, 오는 11일에는 지지자들과 함께 천안 독립기념관 인근의 흑성사 산행에 나선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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