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한나라당이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내년으로 예정된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감세 철회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합의점 마련에 실패했다.
현 정부의 감세정책 기조에 따르면, 소득세와 법인세는 내년에 '8800만원 이상'과 '2억원 이상' 등 각각 최고 과표구간에 대해 2%포인트 세금 인하가 이뤄진다. 그동안 당내 논의과정에서 소득세 추가 감세철회는 큰 틀의 합의를 이룬 만큼 이날 의총의 핵심 쟁점은 법인세 문제였다.
철회론자들은 이와 관련, 내년 총선과 대선을 고려할 때 부자감세라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추가감세를 철회하고 서민복지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위 부의장인 김성식 의원은 "추가 감세는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감세가 투자 증가, 성장과 세수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세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에만 의미있는 이론"이라고 말했다.
반면 감세론자들은 추가감세 철회론은 야당의 프레임에 말려든 것으로 표만 의식한 표퓰리즘이라고 반박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나성린 의원은 "국가경쟁력을 올릴 생각은 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포퓰리즘 경쟁만 하고 있어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비판하며 성장률 제고를 위한 감세기조 유지를 주장했다.
법인세 감세 효과에 대한 양측의 주장도 엇갈렸다. 김 의원은 국내 기업의 세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며 이른바 낙수효과도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국내 기업의 세부담이 홍콩, 싱가폴 등 경쟁국보다 높다며 법인세 감세로 기업투자가 확대됐다고 반박했다.
두 의원의 기조발제 이후 소속 의원들이 나서 토론을 벌였지만 합의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모두 10여명 이상의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지만 규제완화와 감세를 근간으로 한 MB노믹스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친서민 의지를 보이기 위해 추가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아울러 추가감세 철회 문제에 대한 합의가 어려운 것은 계파별로 입장이 엇갈리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친이계에서 소득세와 법인세에 대한 감세기조 유지를, 쇄신 소장파 그룹에서는 추가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당내 대주주인 박근혜 전 대표는 소득세 추가감세를 철회하고 법인세 감세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결국 최종 결론을 유보했고 소속 의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6월 중으로 정책의총을 한 차례 더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성곤 기자 skzer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