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리플리> 1회 월-화 MBC 오후 9시 55분
삶의 기쁨을 가르쳐 준 웃는 모습이 예쁜 여자. 한 여인을 향한 두 남자의 고백으로 시작한 <미스 리플리>는 첫 회 내내 그 아름다운 여인이 얼마나 잔인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확인해 주었다. 장미리(이다해)는 술과 웃음을 팔던 일본에서의 생활을 벗어나 이를 악 물고 도망친다. 하지만 고아로서 불행한 기억만을 갖고 있는 한국에서는 고졸의 학력 때문에 면접장에서 대놓고 무시를 당하고, 이름이 아닌 ‘가운데 거기’로 불리며 성희롱을 당하는 상황에까지 처한다. 죽을힘을 다해 한국으로 도망쳐왔다고 해서 일본에서 겪어낸 밑바닥에서의 삶이 반전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는 여기대로, 가진 것이 없는 미리로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언제나 가장 나쁜 방향으로 진행되어온 세상 속에서 미리가 배운 것은 최대한 날을 세우고 무엇도 믿지 않는 것 하나 뿐이다.
하지만 삶에 지친 모습으로 비틀거리다가도 한 순간 세상을 향한 독기를 보이는 미리의 눈빛을 제외하고, <미스 리플리>는 첫 회는 특별히 인상적인 순간을 남기지 못했다. 많은 것을 가진 남자들은 미리가 모자를 벗거나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그 찰나의 순간에 반했고, 미리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부담스럽고 극단적인 사건은 계속해서 벌어졌다. 하지만 적어도 그렇기 때문에 미리가 너무나도 절실하게 지금과는 다른 현실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게 되었다. 바로 그 현실을 만들어낼 거짓말로, 잔인했던 세상 전부를 속이고 말겠다는 의지는 이미 미리 안에 있다. 미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명훈이 “뛰어난 사람을 마다할 곳은 없다”며 자신을 잡는 순간 흔들리는 미리의 표정은 그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미리의 거짓말은 현실로 증명되었듯이, 분명히 세상을 뒤흔들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폭탄이다. 거짓말은 너무 빨리 시작됐고, 이젠 멈출 수 없다. 그렇다면 <미스 리플리>와 장미리에게 남은 것은 달리는 일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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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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