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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무딘 칼날에 정유업계 '상처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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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담합 제재건 아직도 법정소송중···'리니언시' 논란도

공정위 무딘 칼날에 정유업계 '상처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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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다음에는 3위업체가 자진신고할 차례냐?"


지난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4사의 '원적지 관리' 담합 행위에 대해 4348억원이라는 역대 두번째 과징금을 부과하자 정유업계에서는 울분을 넘어 자조적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가 업계 2위 정유사인 GS칼텍스의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가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업체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이번 담합건으로 1772억원의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GS칼텍스는 리니언시를 적용받아 벌금을 면제받게 된다.


지난 2009년 정유업계가 액화석유가스(LPG) 담합으로 6689억원이라는 공정위 사상 최대 과징금 폭탄을 부과받을 때도 업계 1위 업체인 SK가 정부에 자진신고해 과징금을 면제·경감받은 뼈아픈 선례가 있어 업계 신뢰도가 바닥을 쳤다는 불신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시장점유율이 큰 1, 2위 업체가 리니언시의 허점을 이용해 나란히 과징금 보복을 주고받는 사이 3, 4위 업체는 '눈뜬 장님'처럼 연타로 과징금 폭탄을 물게 될 처지에 놓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계 불법담합행위를 감시·적발하고,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기 위한 리니언시가 오히려 타기업에 대한 '견제수단'으로까지 악용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위 발표에 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일단 담합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이번 담합건으로 74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현대오일뱅크 측은 "담합사실이 없는 만큼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릴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표명했다.


SK·에쓰오일도 "주유소 원적지 관리와 관련해 절대로 경쟁사와 담합한 사실이 없다"며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은 후 법적 대응 등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불복 의사를 밝혔다. 다만 리니언시를 한 것으로 알려진 GS칼텍스 측은 "딱히 할말은 없다"고 입장 표명을 꺼렸다.


정유업계는 공정위가 정부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공정위는 연초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이 있은 뒤 곧바로 정유사에 대한 대규모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당초 공정위는 정유사들이 소비자가격을 담합해 적정수준 이상의 초과이윤을 얻었는 지에 초점을 맞췄으나 여의치 않자 원적지 관리라는 과거 행위로 방향을 틀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는 공정위가 대규모 과징금을 '업계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공정위가 정확한 물증과 근거를 확보해 담합 행위를 적발하기 보다 정부 스탠스에 맞는 산출물 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정유사는 담합 관련 4차례 공정위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법정소송중이며, 최종 판결을 받은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행정소송 진행중이거나 10년이 지나도록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심지어 공정위 처분에 불복한 에쓰오일은 지난 2007년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법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받은 후 대법원이 서울고법의 판결을 받아들여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한 바 있다. 공정위 과징금이 '기업옥죄기성 이벤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불법담합행위는 근절돼야 마땅하다"며 "하지만 시장의 공정한 균형추 역할을 해야할 공정위가 정부 입맛에 맞춰 무딘 칼날을 휘두르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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