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최초로 열린 해외 해적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선고를 하루 앞둔 26일 열린 공판에선 '인간방패'와 '석해균 선장 피격 여부'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의 마지막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이날 부산지방법원 형사합의5부(김진석 부장판사) 심리로 301호 대법정에서 열린 소말리아 해적 재판은 시작부터 긴장감이 넘쳤다. 마호메드 아라이(23), 아울 브랄렛(18), 압둘라 알리(23), 아부카드 애맨 알리(21) 등 지난 1월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 4명이 오전 9시20분께 법정에 들어서면서 시작된 재판은 오후 7시20분까지 이어졌고, 재판 내내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8시간이 넘는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앞서 검찰이 제기한 주요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는 한편 이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 등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고, 검찰은 피고인들의 강도살인미수 및 인간방패 혐의를 주장하며 맞섰다.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아라이의 변호를 맡은 권혁근 변호사는 "해적들은 몸값확보 등 때문에 조타실 내 총기 소지를 막아왔다"며 아라이의 혐의에 대한 관련자의 진술이 서로 엇갈린 점을 지적했다.
아부카드 애맨 알리의 변호를 맡은 정해영 변호사는 "해적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들이 가담한 행위가 해적행위라는 것을 배에 타고 나서야 알게 됐고,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하면서도 선원들을 다치게하거나 죽게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또 "소말리아는 연간소득이 300~500불에 불과하다"며 이들이 범행에 가담하게 된 사정에 대해서도 말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젤라틴 블럭을 활용한 총격실험 결과와 김두찬 갑판장, 정상현 조리장 등 증인들의 진술을 근거로 해적들의 강도살인미수 혐의 및 인간방패 혐의를 입증하고 나섰다. 검찰은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 되자 해적들의 범행이 전문화된 조직을 바탕으로 이뤄진 계획적 범행임을 강조하려 애쓰기도 했다.
재판부는 27일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들의 최후진술 등을 듣고 배심원단의 논의를 거쳐 빠르면 오후 5시30분께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다만 해적들에게 적용되는 혐의가 ▲사전에 계획을 해 중무장 상태로 선박 탈취 ▲소지품 등 1380만원 상당 물품 강취 ▲인근 해역으로 선박 운항 강제 ▲인질 몸값 요구 ▲선원 폭행 ▲해군에 총격 3명 부상 ▲총알받이로 선원 활용 ▲석 선장 총격 등 8가지인 점, 석 선장 피격과 인간방패 등과 같은 핵심 쟁점이 논란에 부쳐지게 되면 배심원단의 평의가 길어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선고는 예상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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