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무릎 팍 도사’ 수 MBC 밤 11시 15분
‘무릎 팍 도사’는 기본적으로 강호동과 게스트의 1대 1 토크쇼다. 이 구조는 게스트가 충분히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사연 혹은 사건이 많아서, 들을 이야기가 극적인 게스트일수록 ‘무릎 팍 도사’의 재미와 몰입도는 높아진다. 그러나 염정아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스스로 “스타도 스타가 아닌 것도 아닌”이라고 평가했듯 빼어난 미모에 충분할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염정아는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순탄하게 연예계에 데뷔했고 이렇다 할 스캔들도 없었다. 노처녀들의 희망이라 불리며 결혼했고, 두 아이를 낳고도 44사이즈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무릎 팍 도사’에 나와야 할 만큼 굴곡 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염정아를 두고 할 수 있는 선택이 그리 많지 않았을 제작진이 택한 방법은 정공법이었다.
게스트가 충분히 자기 이야기를 할 멍석을 깔아주는 것. 다행히도 염정아는 굴곡은 없을 지라도 캐릭터는 있는 자신의 인생을 솔직하게 보여주었고, 그 속에서 충분한 재미가 나왔다. 이 의외로 소탈하고 거침없는 여배우는 방송 내내 단 한 번도 주눅 들지 않았다. 염정아는 강호동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등을 자연스럽게 기대고 다리를 꼰 채 자신의 많은 잘난 부분과 몇 안 되는 못난 부분을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꽃분홍 립스틱의 굴욕과 멋모르고 찍은 노출 신 까지도.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밉기보다 오히려 사람 냄새 나는 염정아의 매력이 ‘무릎 팍 도사’를 살렸다. 여기에 최근 물 오른 여장을 자랑하는 건방진 도사가 맥을 놓치지 않는 리액션, 가정사를 파는 살신성인으로 장단을 맞추며 거들었다. 어제 ‘무릎 팍 도사’에는 강호동의 호통이나 집요한 추궁과 유도심문, 게스트의 눈물은 없었다. 대신 유쾌한 웃음과 의외의 발견이 있었다. 이런 ‘무릎 팍 도사’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 역시 염정아가 가진 매력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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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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