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이 22일(이하 현지시간) 폐막한 64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 대상을 수상했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감독상,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던 김기덕 감독은 이번 칸 국제영화제 수상으로 한국 감독으로는 박찬욱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칸, 베니스, 베를린 등 3대 국제영화제 본상을 모두 휩쓰는 대기록을 세웠다.
영화제 폐막 하루 전날인 21일 드뷔시 홀에서 진행된 주목할만한 시선 시상식에서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은 독일 안드레아스 드레센 감독의 '스톱트 온 트랙(Stopped on Track)'과 함께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공동 수상했다. 13일 '아리랑' 공식 상영 당시 머리를 풀었다 묶는 퍼포먼스를 벌였던 김 감독은 시상식에서는 극 중 나오는 민요 '아리랑'의 한 소절을 불러 큰 기쁨을 나타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지난해 홍상수 감독('하하하')에 이어 두 번째다. 또한 손태겸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 '야간비행'은 칸 국제영화제 학생 경쟁 부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3등상을 수상했다.
2008년 '비몽 이후 김기덕이 3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아리랑'은 김 감독이 연출과 각본 이외에도 촬영, 연기, 편집 등 1인 5역을 혼자 담당한 작품이다. 자신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스타일로 진행되는 다큐멘터리 '아리랑'은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르내린 김 감독이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찍고 싶다는 뜻을 밝힌 일종의 비망록이다. 김 감독은 '아리랑'에서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의 장훈 감독 등 국내 영화인들을 실명으로 거론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와 영화 산업계까지 정면으로 비판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칸 국제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테렌스 맬릭 감독의 '더 트리 오프 라이프(The Tree of Life)'에 돌아갔다. 2005년 '뉴 월드' 이후 테렌스 맬릭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더 트리 오브 라이프'는 1950년대 미국 텍사스 주에 거주하던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우주의 기원 및 삶과 죽음, 가치 등을 명상하는 서사시로, 숀 펜, 브래드 피트가 주연했다. 터키의 누리 빌게 세일란('옛날옛적 아나톨리아에서 Once Upon a Time in Anatolia')과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자전거를 가진 꼬마 The Kid With a Bike')가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으며, 장 뒤자르댕('아티스트 The Artist')과 키어스틴 던스트('멜랑콜리아 Melancholia')가 각각 남ㆍ녀연기상을 받았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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