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장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보금자리주택이 무색해졌다. 정부는 주변 시세 대비 80~50% 수준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주변 집값이 오히려 보금자리주택보다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시세 하락에 따른 토지보상금 조정은 없다는 방침이나 조성원가에 따라 분양가격이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 시세 대비 80% 수준의 분양가 책정은 없다고 밝혀 사전예약자들의 이탈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9일 부동산114, 보금자리주택지구내 주민 등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 시흥 은계지구 주변 대야동, 은행동 등 43개 단지 1만3428가구의 평균 시세는 3.3㎡당 777만원으로 집계됐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지난해 같은 달 808만원 대비 3.3㎡당 31만원 가량 내렸다.
시흥 은계지구 사전예약시 나온 추정분양가는 3.3㎡당 평균 785만원(750만~820만원)이다. 주변 주택이 보금자리주택보다 3.3㎡당 8만원 가량 비싼 수준이다. 가격차는 작지만 정부가 당초 주변 시세보다 20% 가량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한 것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구리 갈매지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3.3㎡당 990만원에 분양하겠다고 했지만 현 주변 시세는 3.3㎡당 994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기인한다. 금융 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는 보금자리주택으로 정착됐다. 특히 정부가 강남 등지에 주변 시세 대비 50% 수준인 보금자리주택을 내놓으면서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보금자리 대기 수요로 변모했다. 집값은 떨어지고 전셋값만 치솟았다. 정부는 이에 총 3번에 걸친 거래진작 및 전세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지난 1일 1가구1주택차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이 발표됐지만 시장 상황은 계속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보금자리주택지구 인근 집값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최근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에 대한 토지 보상을 시작함에 따라 이같은 여파가 보상가에 영향을 미칠지 현지민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사전예약자들에게 약속한대로 분양가에 80% 수준에 보금자리를 분양하려면 보상가격을 그만큼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보금자리 개발에 따라 주변 지역 시세는 계속 오르는 반면 수용당한 토지는 정책적 목표에 따라 헐값에 넘겨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시흥은계지구 주민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변 시세보다 비싼 주택을 보금자리라며 공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향을 버리고 떠나는 서민들도 서민인데 무작정 보금자리만 공급하면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시흥 은계외 다른 지구에서도 보상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하남 미사의 경우 현지민의 70%가 토지 수용 재결로 들어갔다. 이에 다른 지구에서도 보상금을 늦게 받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받아낼 수 있는 수용 재결 절차를 밟겠다는 인원이 늘고 있다.
LH 보금자리총괄처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공급 효과에 따라 집값이 떨어진 것으로 분양가격을 현 시세의 80%로 다시 맞추기는 어렵다"며 "조성원가에 따라 분양가격이 소폭 낮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세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따라 집값이 떨어진 결과로 분양가를 더 낮추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사전예약자들은 주변 시세보다 비싼 주택을 분양받아야 하는 셈으로 대거 이탈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보상가는 감정평가에 의한 것으로 임의적인 개입이 있을 수 없다"며 "감정평가에 따라 보상액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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