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은 의외성에서 온다. MBC <위대한 탄생>이 좀처럼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시청자의 생각을 뛰어넘는 무대가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유형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예상 범위 내에서 머물고 있는 단순함 때문인 것이다. 미션의 주제인 ‘아이돌’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 그대로 TOP8의 무대는 기존 아이돌 무대의 답습이었다. 지난 TOP10의 무대가 멘토제의 득과 실을 보여주었다면 프로그램 자체의 단순함과 안이함에서 아쉬움을 남긴 TOP8의 무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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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권: 씨엔블루 - ‘Love’
전 참가자의 무대 중 가장 아쉬운 무대였다.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잘했기 때문이다. 노래는 훌륭했다. 후반에 음정이 조금씩 쳐지긴 했지만, 단조로움을 많이 극복한 모습이었고 음색은 어느 때보다 매력적이었다. 아쉬운 것은 편곡이었다. 원곡이 가진 경쾌함을 다른 색깔로 표현하고 싶었다면 좀 더 본격적인 재즈 편곡이 좋았을 것이다. 관객이나 시청자의 호응을 원했다면 원곡의 분위기를 지키면서 좀 더 화려하게 편곡하는게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편곡은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라이브 편곡에 지나지 않아서 원곡의 경쾌함을 죽인 결과만 낳았다. 공연이 결과적으로 이태권의 노래가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증명됐지만 무대는 조금 심심하고 밋밋한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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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영: god -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손진영의 노래는 단기간에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단점들이 많다. 그러나 그 모두가 합쳐지면 불가해한 손진영만의 매력이 된다. 민망한 내레이션은 팬들에 대한 진심 어린 고백이 되고, 무리한 고음은 동네 친구의 노래방 열창 같은 친근감을 준다. 무엇보다 그의 비장함은 자연스레 소주 한잔 생각과 함께 그를 응원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은 손진영의 단점이면서, 손진영이 계속 살아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쇼는 끝나지만 인생은 계속된다. 손진영이 앞으로도 음악을 할 계획이라면 멘토들의 지금 한마디 한마디는 뼈에 새겨도 모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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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청강: G.D. - ‘Heartbreaker’
백청강의 무대에 대한 논란은 본질적으로 제작진에게 그 책임이 있다. <위대한 탄생>의 생방송 무대는 참가자의 개성과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이돌 미션은 친숙한 히트곡들을 색다르게 바꿔 부를거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기성 아이돌 무대의 재현이나 답습이 되었다. 이 미션에서는 정희주도 춤을 춰야 했고 노지훈은 힐리스를 타야만 했다. 누구도 원곡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백청강의 무대를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은미나 방시혁의 심사평대로 지나친 G.D. 따라하기일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수한 취지에 공감했던 시청자라면 못마땅한 무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무대는 기성 가수의 친근한 곡을 훌륭한 무대 세트에서 잘 부른다는 제작진의 생방송 무대에 대한 관점을 대변하는 것이다. 어떠한 미션에서도 편곡이 계속 원곡과 흡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정점에서 누구보다 완벽히 기성 가수의 무대를 재현해낸 백청강의 무대는 당장의 쇼의 흥행을 위해선 제작진에게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한번쯤 놀라운 변신을 보였어야 할 백청강에게도 필요한 무대였다. 다만 이 무대가 <위대한 탄생>의 가치나, 백청강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무대였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10 아시아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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