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속화됨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청 유로스타트(Eurostat)는 3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동기대비 2.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월 2.4%에서 더 오른 것으로 시장전문가 예상치 2.6%를 웃돈 것이다. 전월대비로는 1.4% 상승을 기록해 2008년 10월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식품·에너지·기호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2월 1.0%보다 상승한 1.3%를 기록했다.
2월 CPI 상승의 주요 원인이 식품과 에너지가격 급등이었던 것과 달리 3월에는 의류가격이 전월대비 15.1% 오르는 등 소비재 가격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이는 생산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부담이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이전되기 시작됐음을 나타내는 2차 파급효과로 풀이된다. 의류가격 상승의 원인도 면화가격이 지난해보다 150% 폭등한 것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로존 17개국 중에서는 1.2%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아일랜드만이 ECB의 관리목표치 2.0% 이내였다. 그리스는 4.3%, 포르투갈은 3.9%였다. 남유럽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은 식품·에너지가격 상승에 재정적자 해소 목적의 세금인상까지 겹친 것에 따른 일시적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상황이 더 건실한 유럽 중심부국가들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았다. 독일은 2.3%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2배로 빨라졌으며 프랑스도 2.2%를 기록했다.
앨런 클라크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면서 “올해 가을까지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3.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3.3%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으로 ECB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더 커졌다. ECB는 지난 7일 33개월만에 1.00%에서 1.25%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라 연내 추가 인상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ECB 관계자들은 일단 당장 5월에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클라크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날로 커지고 있음이 확인됨에 따라 6월이나 7월쯤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 정책위원들도 올해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를 재확인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뤽 쾨느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유로존 경제전망으로 볼 때 통화정책은 지나치게 완화되어 있다”며 ECB가 기준금리를 경제회복세에 맞춰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발트 노보트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ECB가 기준금리를 50bp(0.50%)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서 “경제상황의 변화가 적절한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르겐 미헬스 씨티그룹 수석유로존이코노미스트는 “ECB 정책위원들이 금리를 더 높인다는 합의를 이루었음이 확실하다”면서 “이는 인플레이션 대응 뿐만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신뢰도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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