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위해 해야겠는데 기존 통화료 매출 떨어질라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KT가 와이브로 서비스에 음성을 탑재하는 방안을 놓고 막바지 고민을 하고 있다. 전국망 구축과 제주도 전역에서 와이브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음성 서비스를 위한 기반을 갖췄지만 KT내부에서 기존 음성 서비스 수익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7일 방송통신위원회와 KT에 따르면 KT가 휴대 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에 음성 서비스를 탑재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중이다. 내부에서 음성 서비스 매출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와이브로로 경쟁사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면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가 새로운 기회인지, 기존 음성 수익을 저해할 것인지 고민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인프라면에서는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아직 고민해봐야 될 사안이 많다"고 말했다.
결국 와이브로 음성서비스는 KT의 결단에 달려 있는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 2008년 말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를 위해 식별번호 070이 아닌 010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는 기술적인 면에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와 동일하다. 하지만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010 식별번호를 부여한 것이다.
이후 KT가 지난 2009년 9월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가장 큰 수익원인 음성 서비스 매출의 감소를 우려한 것이다. 단말기 역시 삼성전자 외에는 대안이 없어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제4 이동통신사업을 시작하겠다며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나섰기 때문이다. KT는 내부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한때 포기했던 와이브로 음성서비스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인프라 면에서도 와이브로 음성서비스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KT는 전국 82개 시도에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한데 이어 제주도 전역 어디서나 와이브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투자를 단행했다. 전국에 설치된 와이브로 기지국은 세밀한 지역까지 설치되지 않아 음성 서비스가 불가능하지만 제주도에선 불편 없이 음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며 소원해진 KT와 삼성전자의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는 점도 청신호다. 삼성전자 역시 네트워크와 휴대폰 사업을 별도로 운영하다 신종균 사장이 두 사업을 함께 맡으며 와이브로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제주도에선 3G폰과 동일하게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면서 "예전과 달리 인텔에서도 와이브로를 기본 탑재한 통신 칩셋을 내 놓을 예정이고 삼성전자 역시 와이브로 단말기에도 힘을 싣고 있어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를 위한 제도 개선이 지난 2008년말 끝난 만큼 연내 서비스가 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가 시작되면 통신 요금 역시 지금보다 큰 폭으로 내릴 수 있어 정부의 요금 인하 정책 방향에도 일치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아직 긴급통화 구현, 접속료 산정 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와이브로 음성 통화가 구현되면 와이브로 사용자가 늘어나며 데이터 폭증 현상을 일부 해소하고 요금 인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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