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최근 기업들이 원화강세와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안정적 금리·환율 리스크 관리법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총 80조대의 금융자산과 부채를 운용하고 있지만 시중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더라도 예상 손실이 5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화 자산(부채)에 대해서도 통화다변화 등을 통해 환율변동에 따른 금융손익규모를 1년만에 절반 이상 줄이는 등 재무리스크관리에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있는 것이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이 회사의 금융자산은 48조532억 원, 금융부채도 35조7210억 원에 달했다. 금융부채 가운데 시중금리 변동에 따라 금융비용 추가부담을 유발하는 변동금리 기준 대출액은 전체의 13.9%인 4조9693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30조7427억 원은 고정금리 대출이어서 금리상승과 관계없이 이자증감이 없도록 해 안정적인 자금운용이 가능토록 했다.
이에 따라 시중금리가 1% 상승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이자는 497억 원에 불과했다. 한국은행이 작년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서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부담해야 할 추가 금융비용은 지극히 제한적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자비용 증가 분을 최소화한 것과 더불어, 금융수입에 대해서도 안정화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 49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전액 고정금리 상품에 예치해 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융자산 부채 관리의 핵심은 안정적 자금운용이라는 점에서 금리상승기와 하락기에 현금흐름이 급변동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외화표시 금융자산(부채)에 대해서도 환율변동 리스크 노출을 전년대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외화표시 기준으로 총 2조9155억 원의 금융자산과 2조7220억 원의 금융부채를 지고 있는 삼성전자는 원화가치가 5% 절상(절하)될 경우 96억 원의 이익(손실)을 얻도록 포트폴리오를 짜놨다. 이는 2009년의 예상이익(손실)추정치였던 221억 원의 절반 이하로 축소시킨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에 이어 작년에도 85%가량의 금융자산을 미국 달러화로 운용 중이지만 외화표시 금융부채에서 엔화와 달러화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 및 기타 통화 비중을 1% 이상 늘린 것은 물론, 전체 부채 규모도 2009년 3조원에서 작년 말에는 2조7000억 원으로 3000억 원 가량을 줄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생산기지 확장으로 인해 결제통화가 수 십개로 다변화됐기 때문에 통화별 결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해 놓음으로써 환율급변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기업들이 모두 재무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삼성만큼 안정적인 금융자산 운용을 하고 있는 곳은 드물 것"이라며 "현재 보유 중인 막대한 현금에서 비롯된 자신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자산은 지난 2009년 말 17조원에서 작년 말에는 17조79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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