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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쌀값만 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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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회복세에 정부 비축미 방출...농민들 반발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연일 폭락을 거듭하며 농심을 울리던 쌀값이 지난해 11월 반등 이후 지난달까지 5개월 간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최근에는 산지 쌀값이 1년 7개월 만에 15만원(80kg)까지 올라서는 등 회복세가 완연하다.

이처럼 쌀값이 오르는 것은 산지에 원료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쌀 생산량이 429만5000t으로 전년(491만6000t)에 비해 62만1000t이나 줄었고 도정수율(벼를 빻아 쌀이 되는 비율)도 평년의 72%보다 3%포인트 낮은 69%로 추정되고 있다.


농민들은 오랜만에 제값을 받고 팔 수 있겠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정부가 쌀값 오름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쌀값 상승 곡선이 예년에 비해 가파르다며 보유중인 비축미를 시장에 내다 팔겠다고 발표한 것.

왜 쌀값만 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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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 말 쌀값 안정을 위해 2010년산 정부쌀 여유분 15만t 중 우선 5만t을 공매 방식으로 판매하겠다 밝혔다. 나머지 10만t도 산지 오름세가 지속되면 단계적으로 공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물가 상승률이 4~5%를 넘나드는데 여기에 쌀값 마저 가세한다면 물가 잡기는 더욱 힘들어 진다"며 "추후 상황을 지켜본 후 비축미를 더 풀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비축쌀 방출 결정이 최근 범정부적으로 진행되는 물가 잡기 대책의 하나라는 뜻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여기에 더해 비축 쌀의 추가 방출 기준까지 예고하며 쌀값 급등세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쌀값이 모처럼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준봉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쌀 농가는 2008년을 제외하고 매년 쌀값 폭락으로 고통을 받았고 현재 쌀값도 예년과 비교해 여전히 낮다"며 "이 같은 상황을 무시하고 최근 쌀값이 조금 올랐다고 정부가 비축미를 방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농가의 희생을 담보로 한 정부의 물가 안정대책이 지속될 경우 생존권 확보 투쟁에 나서겠다"까지 언급했다.


또 양곡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확기가 끝난 지 채 3개월도 안돼 정부 비축 쌀을 방출한다는 것은 정부 말만 믿고 수확기에 벼를 많이 사들인 업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쌀은 물가관리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2년간 쌀값이 폭락하다 작년 대규모 흉작으로 겨우 쌀값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쌀값 억제를 통해 물가 상승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실효성 측면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야당 국회의원의 비판도 이어졌다.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산지 쌀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최근 5년간 수확기 평균가격보다 낮은 가격"이라면서 "정부는 최근 쌀값이 소폭 오르자 물가 안정을 빌미로 비축미 방출 계획을 밝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부 비축미를 방출하면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과 대형 유통업체 등의 잇속만 챙겨 줄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의 원인을 쌀값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덧붙였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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