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목 MBC 밤 12시 10분
어제 <100분 토론>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이를 관객이 흥미로워하는데다 탁월한 배우들까지 캐스팅되었으나, 정작 제일 중요한 주연 배우가 나타나지 않아 김이 빠진 무대였다. 만우절 농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화려한 패널들이 한 무대에 모여 최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에 대해 저마다의 경험과 입장을 밝혔다. 김태원은 “하다못해 일기예보를 봐도 카메라에 잡히는 사람은 늘 괜찮은 사람”인 현실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죽어도 TV에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고, 탁현민은 “공정사회 홍보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신해철은 “복제품처럼 똑같은 스타일을 공급받던 대중들의 욕구불만이 에너지로 쌓여” 폭발한 것이 열풍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모두가 맞는 말을 했다. 횡설수설하거나 억지 주장을 반복하는 사람은 없었다. 논점을 짚어주거나 정리하기보다 맥을 끊는 진행이 아쉬웠지만 이번 주 MBC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먹여 살리다시피 하고 있는 김태원이 간간히 웃음도 주었다. 그러나 MBC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하는 순간 어제의 <100분 토론>은 반쪽 짜리가 될 수밖에 없음이 자명해졌다. 모두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의도 자체가 아니라 만듦새가 문제의 본질임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정작 이것을 ‘만드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 앞에서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시청자가, 패널들이 제기하는 질문에 답해야 할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장막 뒤에 숨어버렸으니 공허하고 허탈할 수밖에 없다. “MBC가 참고하겠습니다”는 사회자의 마무리 멘트에 “참고는 그만하고 진짜 당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줘요. 아니면 정말 제대로 만드세요” 라고 외치고 싶었던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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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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