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중국 등의 수요 증가로 호주 서부에 광산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광부,엔지니어, 트럭 운전수는 물론, 광산개발과 광산업체 인수 합병 등에 필요한 은행과 투자회사, 법률회사들이 속속 서부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사람을 구하지 못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호주 서부에 부는 광산 개발 붐=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철광석과 석탄 등 자원 수입을 대폭 늘리면서 세계 3대 광산업체를 보유한 호주의 서쪽 끝,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에도 광산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에서 호주는 인수 및 합병(M&A) 및 투자 입찰 참여 대상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호주 자원개발을 위해 M&A 자금으로 1352억달러(약148조원)가 들었으며, 광산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354억달러(약38조원)의 입찰금액이 거래됐다.
지난 해 4월부터 10월 말까지 광산과 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는 1329억 호주 달러에 이른다고 호주농업자원경제국은 밝혔다.
호주 광산 개발에 가장 관심을 쏟는 나라는 중국이다. 호주는 올해 1월말까지 7개월 동안 372억달러 가치의 상품과 자원을 중국에 수출했다. 전년대비 55% 오른 수치로 중국에 수출하는 주요 상품은 철광석, 석탄, 구리 등의 순이다. 중국은 이들 자원의 확보를 위해 호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호주 광산업체인 리오 틴토의 법률 자문사인 알렌스 아서 로빈슨(AAR)의 닉톨레는 “올해 호주의 자원 투자에는 중국 뿐 아니라 여러 국가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리오틴토는 지난해 중순부터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의 필바라 지역에 72억달러를 투자했다. 다른 광산업체인 포르테스큐그룹은 이 지역에 84억달러의 투자할 예정이다.
동 필바라(East Pilbara)는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 빌리턴이 소유한 세계 최대 노천 철광석 광산이 있는 곳으로 철광석과 망간이 다량으로 매장돼 있다.
◆기술자와 변호사 등 호주 서부로 몰려들어=동 필바라는 독일크기인 50만7896㎢ 의 넓은 땅이지만 여름철에는 낮 기온이 섭씨 46도까지 올라가는 탓에 1만500명 정도가 살고 있는 한적한 지역이었는데 최근들어 광산개발 붐을 타고 사람들이 엔지니어와 트럭 운전사 등 광산인력이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 투자한 다국적 기업들이 수요에 맞추기 위해 생산을 늘리는 데 필요한 인력채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주도인 퍼스(Perth)에는 광산 개발과 투자를 지원할 은행과 법률회사들이 속속 이전해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은행과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적정한 인력은 매우 희귀해 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일 대학졸업장이 없는 한 광부의 사례를 들면서 지난 해 22만 호주달러(미화 22만7150달러)를 벌었으며 이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연봉보다 많다고 소개했다.
호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4분기 임금은 전년동기에 비해 평균 3.9% 상승했다. 이는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로열 더치 셸 등에 인력을 공급하는 '프로페셔널 리크루이트번트 오스트레일리아'의 데미엔 리 전무는 "지난 해 11월에는 15만 달러를 요구했던 사람이라면 지금은 18만 달러를 요구할 수 있고 그걸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달 31일 호주 시드니의 일급 로펌인 AAR이 최근 시드니와 멜버른 사무실로 새로운 변호사를 스카우트 해오는 직원에게 1만 호주달러(한화 약 1134만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퍼스 사무소로 새 변호사를 데리고 올 경우 2만 호주달러(한화 약 2267만원)를 지금하기로 했다.
WSJ는 "퍼스의 은행들과 변호사 사무소 직원들은 수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퍼스 직원에게 고액 연봉과 보너스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임금 정보 사이트인 페이스케일에 따르면 호주 광산 투자자들에게 전문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퍼스 지역은 시드니 다음으로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AAR이 변호사 채용에 사력을 다하는 것은 업무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및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M&A과 관련한 일감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호주 서부 지방의 광물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엔지니어, 트럭 운전사, 지질학자 뿐 아니라 호주 광산 개발 가능성을 함께 상의할 수 있는 현지 법률사무소·투자 은행과 일하고 싶어 하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IB)인 UBS AG는 이달 퍼스에 최대 사무소를 연다.
네일 해밀톤 UBS 퍼스 사무소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업 종사자와 변호사들이 퍼스로 몰려들자 이 지역에 명품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15년동안 사무실로 가득했던 이 지역엔 전문직들이 찾는 중고책 서점이 생겨났고 명품매장인 프라다가 1월 처음으로 매장을 열고 구찌, 티파니 등도 잇따라 상점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170만명이 살고 있는 퍼스는 1800년~1900년대 초 금광을 캐낸 이후, 100년이 넘어 고층빌딩과 현대식 도시가 자리 잡은 가운데 광산 개발로 또 한번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