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선호 심리가 원인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고려아연이 주가 40만원 시대를 열었다. 시가총액도 7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사상 최대치다.
전 세계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금·은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고려아연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고려아연은 연초 대비 40%나 올랐다. 시가총액도 2조원 이상 증가하면서 시총 순위 38위로 뛰어올랐다.
이번 달 들어 리비아 사태, 일본 대지진 등 대외악재가 부각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19거래일 중 12거래일을 올랐다. 지난달을 32만9000원에 마감했던 고려아연은 29일 40만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달 상승률만 20%를 넘는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6.85%다.
워낙 가파른 상승세에 증권사들도 바빠졌다. 연초 제시한 목표가를 돌파하자 부랴부랴 목표가를 올렸다. 교보증권이 주당 36만원으로 제시했던 주가를 무려 44%나 끌어올린 52만원으로 상향조정한데 이어 현대증권도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려잡았다.
전문가들은 고려아연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릫안전자산 선호현상릮을 첫 번째로 꼽았다. 종전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었던 달러화와 엔화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투자 매력이 급속하게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발생한 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금융시장 안정과 대규모 복구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대대적인 재정 지출이 불가피해 졌다는 점도 이들 화폐 안정성에 심각한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금·은 등 전통적 귀금속들이 종이화폐 가치에 대한 의구심, 인플레이션 헤지수요, 불안한 국제 정세 속 투자대안이라는 요소가 부각되면서 관련주들도 덩달아 급등했다는 것.
김현태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달러화와 엔화의 위상이 2008년 이후 급속히 추락 중”이라며 “현재 귀금속 가격 강세 조건이 더욱 강화되는 국면이어서 추가적으로 주가가 시장대비 아웃퍼폼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일본의 지진복구를 위한 정부 지출이 급등하면서 세계적으로 화폐가치 하락에 직면했다”며 “이에 따라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 대신 새로운 화폐질서를 찾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은이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면서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아연 전해공장, 연공장, 귀금속 공장 등 신규 공장증설이 마무리되면서 증설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엄진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아연, 연, 은 판매량이 각각 전분기 대비 6.1%, 7.4%, 19.8% 증가한데다 판매가격도 각각 3.8%, 5.6%, 20.9% 상승했다”며 “황산 등 부산물 가격도 상승하고 있어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2003년에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당시 이라크에 연합군의 군사적 개입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말까지 금과 은 가격은 각각 24%, 35%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려아연의 주가는 77% 상승했다. 코스피지수 대비 34%포인트 초과수익률이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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