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1월5일 2.0 프레스티지를 네비게이션 뺀 풀옵션으로 계약했는데, 출고 예정일이 이달 31일입니다."
"2.0 프레스티지를 3월 14일 계약했습니다. 어제 영업사원에게 전화해 물어보니 대기번호가 661번이라고 합니다. 여유 있게 2개월 이상 기다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기 종결자' 기아자동차 K5의 출고 대기기간이 다시 길어지고 있다. K5 인도기간은 한 때 50일 정도로 짧아졌지만 최근 들어 일부 옵션의 경우 90일까지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5는 신차 효과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기아차 노사는 K5의 시간당생산대수(UPH)를 지난달 말 40대에서 44.4대로 늘리는데 합의한 바 있다. 생산대수로 환산하면 월 1500대가량 늘어나는 효과지만 하루 평균 계약대수가 500~550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다.
K5 온라인 동호회 게시판에도 계약 후 출고까지 기간과 관련한 정보 공유에 분주한 모습인데, 한 네티즌은 "최대 2개월 정도 기다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3개월 가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출고지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K5 하이브리드' 생산이다. 기아차는 이달 중순부터 경기도 화성공장에서 K5 하이브리드 양산에 착수했다. K5 하이브리드 생산규모는 월 1000대 수준인데, K5 총 생산대수인 월 1만5000대에 포함돼 있다. 즉 하이브리드 차량이 생산되면서 가솔린 엔진 장착 차종은 그만큼 생산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게다가 K5 하이브리드는 미국 시장에 우선 수출될 예정이어서 K5의 국내 시장 공급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월 500대씩 미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인데, 국내에는 오는 5월 중순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달 K5 국내 공급 물량이 약 7000대 정도로 예상되는데, 다음달에는 6500대로 소폭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올 초 판매를 시작한 미국 시장에서도 K5 반응은 매우 뜨거운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공급하기가 무섭게 딜러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도 공급물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9월 미국 공장에서 K5가 생산되기 전까지 국내외 물량 공급이 타이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신엔진인 터보GDI(T-GDI) 모델도 관심의 대상이다. 일부 대기고객들은 T-GDI 사전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문을 듣고 계약을 바꿀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T-GDI엔진이 장착된 K5가 오는 9월 국내에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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