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지연진 기자]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논란으로 여권이 폭발 직전이다.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 '탈당' 이야기까지 나왔다. 대구ㆍ경북(TK)과 부산ㆍ경남(PK) 지역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한나라당 전통 지지기반인 영남권과 청와대와의 갈등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동안 TK와 PK는 각각 밀양과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어왔다. 30일 정부의 입지 평가결과 발표를 앞두고 경제성 논리로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결론 낼 가능성이 높아지자 영남권 의원들이 결사 저항하고 있다.
영남권 의원들이 '결사 항전'을 선언한 것은 차기 19대 총선과 맞물려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지역에 내려가면 민심이 흉흉하다"며 "다음 총선에서 야권 단일후보와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데 신공항을 유치하지 못하면 우리 정치 생명도 끝"이라고 토로했다.
◆'들끓는' TK "백지화는 대국민 사기극"= 가장 크게 반발하는 쪽은 TK 의원들이다. 그나마 PK는 김해공항 확장이라도 얻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TK 의원들은 28일 긴급 회동을 갖고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대통령은 (신공항 건설) 백지화 발언을 한 청와대 관계자를 반드시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신공항 백지화를 두고 "대국민 사기극"이란 표현까지 썼다.
모임에선 TK 의원들의 격양된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한구(대구 수성갑) 의원은 "대통령이 하는 대로 따라가면 망한다"고 했다.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은 "채점도 하기 전에 불합격시킨 것"이라며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답도 안 냈는데 벌써 결과가 나오냐"고 비판했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TK 의원들은 정부의 발표와는 관계없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차기 대선 공약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들끓고 있는 건 친이계도 마찬가지다. 조해진(경남 밀양ㆍ창녕)은 "결론부터 정해놓고 과정을 밟으면, 그 과정이라는 게 조작밖에 더 되겠나"라며 "지방은 죽으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분개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PK 의원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부산시당 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해공항의 확장 이전의 필요성 때문에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라며 정부의 대안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신공항 백지화는 양(TK·PK)쪽 모두 만족시킬 수 없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부산지역 의원들은 일단 정부의 발표를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원들은 입지선정 발표 다음날인 31일 부산시와 함께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레임덕' 가속화 우려= 여권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일으킬 후폭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세종시를 비롯해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정부의 국책사업이 수도권과 충청, 충청과 호남 등 지역간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대통령 공약이 번복되고 뒤집히면서 민심은 크게 저항하고 있다는 게 여당 의원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특히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여당 텃밭에서 발생한 '내전'이라는 점에서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명박 정부에서 신공항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시키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불똥이 옮겨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시 TK와 PK간 갈등을 일으켜 정권 재창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달중 기자 dal@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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