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무릎 꿇은 연유는?
키 180cm가량의 다부진 체격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몸짱 CEO로 소문난 그는 스타일 구겨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 사연은 무엇일까.
지난 3월 22일 서울 중구 무교동 어린이재단에서 열린 ‘신세계 희망배달 캠페인’ 5주년 기념식장. 희망배달 캠페인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던 저소득계층 아동 중 대학 진학자 20명과 초중고생 10명에게 7000여만 원의 장학금을 수여하기 위한 자리였다.
정 부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무릎을 꿇은 채 아이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다. 트위터를 통해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소통 CEO’의 이미지가 오버랩 됐다. 평소 소탈하고 격의 없는 모습 그대로였다.
정 부회장이 주저 않고 무릎을 꿇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아버지의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딸과 아들을 둔 아빠다. 몇년 전부터 두 자녀와 함께 주말을 이용해 중증 장애 아동시설과 노인 요양시설을 방문해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레 아동복지 향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 부회장은 실제 아동복지 사업에 대한 각별한 열정을 쏟고 있다. 희망배달 캠페인에 매달 일정금액을 후원하고, 2007년 제주에 희망장난감 도서관 1호점을 개관할 때부터 개관식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소외계층의 아이들도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각 성장단계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취학 전 유아들을 위해선 '희망장난감도서관 지원'사업을, 초등학생 아동들에겐 희망스포츠클럽 특기적성 지원을, 청소년들에겐 희망자격증, 희망멘토링, 교복지원 등을 해주는 식이다.
이날 정 부회장이 아이들에게 미래의 꿈과 희망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는 “애플의 CEO 스티브잡스와 흑인 해방이 링컨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공적인 삶을 일궈냈다”며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분노나 원망이 아닌 사랑을 키워나가라”고 당부했다.
‘희망배달 캠페인’은 신세계式 개인 기부 프로그램이다. ‘2000원의 기적’이라 불리기도 한다. 참여자 중 58%가 1구좌(2000원) 기부자이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2006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이 캠페인은 캐셔부터 경영진까지 전 임직원의 93%가 참여하고 있다. 직원들이 급여를 통해 자발적으로 기부하면 동일한 금액만큼 회사가 참여하는 매칭그랜트 방식이다. 현재까지 모인 기금은 130억 원. 이를 통해 17만여 명의 저소득층 아동을 지원하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희망배달 캠페인 활동은 고객과 협력회사로도 확대되고 있다. ‘개인기부 문화 확산’ 이라는 취지의 연장선상에서다. 이마트 협력회사인 ‘경성미가’는 지난해 9월부터 신세계와 ‘아름다운 기부동행’을 하고 있다. 희망배달 캠페인을 접한 이후 동일한 매칭 그랜트 프로그램을 도입해 매월 일정액 이상을 어린이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신세계희망배달캠페인 5년의 경험은 개인 기부의 중요성을 확실히 인식시켜준 계기가 되었다”며 “사회공헌 활동은 일시적이어서는 안 되며 지속적·일상적·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직원은 물론, 협력회사와 고객이 함께하는 그의 ‘눈높이 사회공헌’은 자발성과 진정성이 깃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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