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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자들]“만석 이상 재산은 사회에 돌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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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잣집에서 배우는 착한 성공의 비법

며느리들에게 3년간 무명옷 입혀… 돈과 명예 구하되 벼슬은 진사까지

[한국의 부자들]“만석 이상 재산은 사회에 돌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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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은
경향신문 기자 출신으로,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 소장은 경주 최부잣집을 비롯해 국내 명문가를 발로 뛰며, 이들의 지속가능 성장의 원리를 이끌어낸 국내 최고의 명문가 전문가다.

일반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권력과 부를 추구하고 개인의 야망 지향적인 ‘이기적 성공’과 이와 달리 의미 있는 일에 몰두함으로써 그 결과로 부와 명예뿐만 아니라 사회에 아름다운 향기를 제공해주는 ‘이타적 성공’으로 대별할 수 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이 존경받는 부자로 회자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미 300년을 앞서 '이타적' 성공으로 존경받는 부자 가문이 있었다. 바로 ‘경주 최부잣집’으로 12대 300여 년 동안 자기에게는 엄격하면서 이웃에 대해서는 배려를 가문의 원칙으로 삼아 실천하면서 사회의 등불이 돼왔다.


원칙을 정하면 끝까지 실천하라


경주 최부잣집이 300여 년 동안 부를 이어 온 배경은 다름 아닌 절제와 남에 대한 배려였다. 그 원칙들이 이른바 최부잣집의 수신의 철학인 ‘육연(六然)’과 제가의 철학인 ‘육훈(六訓’에 담겨 있다.


육연이란 자기 집착에서 벗어나 자기에게 초연하고(自處超然), 남에게는 언제나 부드럽고 온화하게 대하며(處人超然), 일이 없을 때는 마음을 맑게 가지고(無事超然), 일을 당해도 겁내지 말고 용감하게 대처하며(有事斬然), 성공했을 때에는 오히려 담담하게 행동하고(得意澹然), 실의에 빠졌을 때는 오히려 태연하게 행동하라(失意泰然)는 것이다.


육훈이란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은 하지 말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 기에는 땅을 사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등의 6가지 덕목이다. 조선시대에는 흉년이 들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당장 굶어 죽지 않기 위해 갖고 있는 논과 밭을 그야말로 헐값으로 내다팔았다.


최부잣집은 이런 논밭은 사들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물이 넘치면 결국에는 시기와 질시를 받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는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논을 더 사더라도 재산이 1만석을 넘지 않으려면 결국 소작료를 낮춰 받을 수밖에 없다. 소작인들은 최부잣집의 논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작료가 떨어지기 때문에 최부자가 땅을 사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여기서 보듯 육훈에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제어하는 절묘한 도덕률의 장치를 담고 있다. 더욱이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야 했다. 무명옷은 지금으로 보면 결코 명품이 아닌 ‘시장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한 실천이 있었기에 최부잣집은 300년 동안 부를 유지할 수 있었고 조선팔도에까지 그 명성이 뻗어나갈 수 있었다.


최부잣집은 돈은 벌되 권력은 처음부터 포기하고 대신 명예를 택했다. 돈과 명예가 조화를 이루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최부잣집은 육훈과 함께 육연의 실천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경주 최부잣집은 300년 만석꾼에서 전 재산을 교육에 바침으로써 빈털터리로 돌아갔다. 마지막 최부자 최준의 손자인 최염에게는 유산 한 푼 없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남긴 유산은 최부잣집이 300년간 뿌려놓은 적선의 정신뿐이었다.



자신 ‘엄격’ 타인에게 ‘관대’하라


세계적인 명문가로 회자되는 이탈리아의 메디치가에는 “늘 대중의 시선을 멀리하라”는 가훈이 있었다. 1513년 마키아벨리가 군왕의 국가경영 철학을 담아 메디치가에 헌정한 ‘군주론’은 이 가문에 철칙을 제공함으로서 수신제가 지침서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부와 권력을 함께 누렸던 메디치가는 200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오히려 권력을 멀리하고 ‘자리이타’를 실천한 경주최부잣집은 메디치가보다 오래 지속되었고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부자로 회자되고 있다.


‘자신에게는 엄격하되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실천하기에 결코 쉬운 말이 아니다. 경주 최부잣집은 재물이 넘칠수록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이웃들에게는 관대했다.


집안을 다스리는 제가(齊家)의 원칙인 ‘육훈’과 수신(修身)의 원칙인 ‘육연’을 더 철저하게 지켰다. 이제 최부잣집의 만석의 재물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존경받는 ‘육훈’과 ‘육연’의 정신은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에 살아 있다.


모든 원칙이 그렇듯 지켜지지 않거나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없는 것보다 더 못할 것이다. 반면 한번 그 원칙이 지켜지고 관례로 자리 잡는다면 그것은 세상을 구하는 엄청난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명문가는 하나의 원칙을 실천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작은 실천이 하나둘 쌓이고 그것이 대를 이어 전승된다면 그게 바로 명문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경주 최부잣집은 재산과 재물에 대한 원칙을 대대로 공유하며 가진 자로서의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존경받은 부자의 전범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독립운동에 자금을 지원했는가하면 해방 후에는 대학 설립에 전 재산을 쏟아 부음으로써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우리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런 부자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2006년 11월 말에는 경주 최부잣집 사랑채가 복원되기도 했다. 1970년에 원인 모를 화재로 불탔다 36년 만에 다시 옛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최부잣집이 자신의 가족만을 위한 이기적 성공에만 머물렀다면 사랑채였다면 결코 복원될 수 없었을 것이다. 진정한 명문가는 물질적 재산이 아니라 ‘자긍심’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다.


“전상(前相)이 불여(不如) 후상(後相)이라”, 사람의 앞모습 좋은 것 모습 좋은 것만 못하며, “후상이 불여 심상(心相)이라”고 하여 뒷모습이 아무리 보기 좋아도 그 사람 마음의 모습이 바르고 훌륭한 것만 못하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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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명희가 쓴 ‘혼불’에 나오는 내용이다. 경주 최부잣집이 지금까지 존경받는 부자로 회자되는 것은 바로 그 ‘심상’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닐까.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재산이나 드넓은 집이 아니라 ‘자리이타’와 배려의 덕목을 실천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경주 최부잣집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타적 성공(큰성공)을 지향하면 절로 이기적 성공(작은 성공)은 따라온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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