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 퍼팅의 대가가 평균 퍼팅 수 100위권 밖으로 추락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무관의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ㆍ사진)가 과연 부활할 수 있을까.
그 열쇠는 최근 지독한 난조에 시달리고 있는 퍼팅의 완성에 있다. 사실 287주 동안이나 '세계랭킹 1위'를 독점하며 지구촌 골프계를 장악했던 시절의 가장 큰 고민은 들쭉날쭉한 드라이브 샷이었다. 우즈는 그래서 티 샷에서 3번 우드를 즐겨 선택했고, 소속사인 나이키의 드라이버 대신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를 들고 나오는 고육지책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우승을 위해 반드시 넣어야할 퍼팅, 이른바 '클러치 퍼팅'의 대가로 꼽히던 선수가 우즈다. 하지만 2009년 '섹스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총체적인 난국을 거쳐 이제는 재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오히려 그린에서 발목이 잡히는 양상이다. 심리적인 불안요소가 가중되면서 자칫 잘못하면 '퍼팅 입스'까지 초래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지난 3년간 투어 기록에서 자세한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9년 우즈는 드라이브 샷의 페어웨이안착률이 64.29%로 84위에 그쳤지만 아이언 샷의 그린적중률은 64.46%로 16위다. 라운드 당 평균 퍼팅 수는 28.44개로 23위, 특히 1.5m 이내의 퍼팅은 무려 98%의 성공률을 보이며 당당하게 4위에 올랐다. 그 결과가 시즌 최저평균타수 1위(68.05타)의 위력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면초가에 놓였을 때의 경기력은 당연히 엉망이다. 페어웨이안착률이 57.21%로 165위, 그린적중률도 64%로 167위, 퍼팅 수 29.07개로 58위다. 수많은 내연녀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면서 급기야 투어를 접어야 했던 우즈의 각박한 현실이 투어 모든 부문에서도 최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최악의 난조로 이어진 셈이다.
우즈는 이혼의 아픔까지 겪어야 했지만 지난해 8월에는 그나마 캐나다 출신의 스윙코치 션 폴리를 만나 샷을 추스렸고, 연말 자신이 주최하는 '특급이벤트' 셰브론월드챌린지에서는 4라운드 내내 우승 경쟁을 펼쳐 부활의 날개를 활짝 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우즈의 샷 교정이 어느 정도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올해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는 그러나 1회전에서 탈락해 다시 제동이 걸렸다. 핵심은 단연 퍼팅 난조다. 페어웨이안착률이 45.54%로 191위로 추락했지만 3번우드를 즐겨 사용하는 우즈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그린적중률이 69.44%로 지난해 167위에서 30위권으로 치솟았다는 점에서 우즈의 스윙 교정 효과는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문제는 번번이 버디퍼팅을 놓치면서 스코어를 줄이는데 실패하고 있다는데 있다. 지난해에도 58위를 지켰던 퍼팅이 올해는 103위(29.25개)로 더 나빠졌다. 우즈는 그러자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스카티카메론과 함께 나이키 메소드퍼터까지 들고다니며 2개의 퍼터를 교대로 사용하는 등 고심하고 있다.
우즈는 실제 지난주 캐딜락챔피언십 최종일에는 퍼팅감이 살아나자 곧바로 6언더파를 몰아치며 '톱 10'에 진입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우즈역시 "퍼팅감만 살아난다면 해볼 만하다"면서 "4월 마스터스에서는 보다 나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우즈의 부활을 위한 마지막 미션이 결국 퍼팅으로 요약된 셈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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