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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록 키드 김재욱이 사랑하는 음악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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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록 키드 김재욱이 사랑하는 음악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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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이게 진짜 나예요.” 최근 일본에서 열린 팬 미팅에서 자신이 속한 밴드 월러스의 무대를 처음 선보였을 때의 심정에 대해 김재욱은 말했다. 분명, 조금은 미안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심한 표정 뒤로 연상의 여인을 향한 순정을 숨기고 있던 꽃미남 ‘와플선기’ (MBC <커피 프린스 1호점>, 외유내강 형 ‘마성의 게이’ (영화 <앤티크>), 연인의 죽음 앞에 어린애처럼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던 재벌 2세 태성 (SBS <나쁜 남자>),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업가 정인(KBS 2 <매리는 외박 중>)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김재욱은 대개 순정만화 속 로맨티스트의 다양한 변주에 가까운 남자였으니 말이다. 남성과 여성의 중간 어디쯤, 불균형한 듯 하면서도 섬세한 미형이라는 사실만은 변치 않는 외모에 그 판타지의 책임 대부분을 돌리고 나면 그 다음 궁금해지는 것은 그가 말한 ‘진짜 나’에 대해서다.

초등학교 때 형 방에서 흘러나오던 기타 소리를 계기로 너바나에, 록에, 음악에 빠지게 되었던 김재욱은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한지 10년째인 올해 드디어 학교 친구들과 결성한 밴드 월러스의 첫 번째 싱글을 발표했다. 고등학교 시절 모델 활동을 시작했고 지난 몇 년 간 서서히 연기로 영역을 넓혀온 그가 자신의 가장 깊은 뿌리라 할 수 있는 음악적 결과물을 가장 나중에 내놓았다는 것은 다소 의외로 보일 수도 있지만 “무언가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음악을 내놓고 싶지 않다”던 고집은 본격적인 밴드 활동을 시작한 지금도 “서두르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음악을 하겠다”는 태도로 이어진다.


그래서 첫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아 읽던 순간의 멈추지 않던 떨림을 기억하고 자신에게 음악과 연기란 “왼발과 오른발이라고 할까. 지금 딱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짝 다리도 아니고 꼰 다리도 아니고, 딱 허리 꼿꼿이 세우고 있다. 대중이 알고 있는 김재욱이 아니고 내 자신이 그렇게 느낀다”고 말하는 김재욱은 어느 영역에서의 테크닉을 떠나 선명한 자아를 지닌 한 인간으로서 드물게 매력적인 인물이다.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와 <토요명화>로 영화에 빠져들었던, 그리고 이십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도 음악이라는 필터를 통해 폭발력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게 여전한 꿈인 록 키드 김재욱이 사랑하는 음악 영화를 추천했다. <#10_LINE#>

김재욱│록 키드 김재욱이 사랑하는 음악 영화

1.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
1998년 | 토드 헤인즈

“<트레인스포팅>으로 이완 맥그리거의 팬이 됐고, <벨벳 골드마인>으로 데이빗 보위를 듣기 시작했다. 사실 어릴 땐 무슨 얘기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음악이 멋지고 영상이 멋져서, 이해하고 있지도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하며 떠들어댔다. 그렇게 하면 내가 멋있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 좀 먹고 다시 보니 딱 그 당시 내가 했던 행동들이 영화에 표현돼 있더라. 미성년자 관람불가지만 요즘 청소년들도 좀 몰래 보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하하. 참, 이완 맥그리거의 하의 탈의 신이 있다. 놀라지들 마시라.”

70년대 영국을 풍미한 글램 록 문화를 중심으로 톱스타 브라이언 슬레이드(조나단 라이 메이어스)의 피격 사건 10년 후, 그의 열성팬이었던 기자 아서 스튜어트(크리스찬 베일)가 진실을 파헤치며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미스터리와 애증, 음악과 성장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가히 폭발적이다.


김재욱│록 키드 김재욱이 사랑하는 음악 영화

2.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2007년 | 토드 헤인즈

“사실 밥 딜런의 노래 중 정말 좋아하는 노래는 몇 곡 안 된다. 영어 리스닝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 나에게 그의 노래는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영화나 음악, 책을 보는 이유는 그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렬했던 아이콘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벨벳 골드마인>이나 <아임 낫 데어> 같은 영화의 전개방식이 다소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보면 좋겠다. 그렇게 싫어했던 피망이 지금은 정말 맛있는 것처럼, 익숙하지 않은 건 노력해서 자기 걸로 만들 수 있다. 물론 모든 게 그런 건 아니지만. 하하하!”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뮤지션이자 작가이자 철학자인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생애를 하나의 스토리로만 펼쳐낸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밥 딜런의 7가지 서로 다른 자아의 이미지와 이야기들을 모자이크처럼 그려간 <아임 낫 데어>는 그 어느 것보다 복잡하게 채색된 동시에 가장 선명한 초상이다.


김재욱│록 키드 김재욱이 사랑하는 음악 영화

3. <올모스트 페이머스> (Almost Famous)
2000년 | 캐머런 크로우

“‘스틸워터’라는 밴드가 집을 떠나 돌아다니면서 곡도 쓰고 연주를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싸우고 사랑에도 빠지는, 자극적이면서도 어딘가 허탈한 나날들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묘사한 영화다. 사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포커스는 밴드가 아니라 투어에 참여한 아마추어 음악 저널리스트로 맞춰지지만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보고 우리도 언젠가 이런 투어를 꼭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이 작품이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영화를 본 후였는데, 영화 내내 느껴지는 사실감은 바로 그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무엇이든, 경험한 사람이 풀어내는 힘에 당할 수 있는 건 없지 않을까.”


70년대 초반, 레드 제플린을 비롯한 명 밴드들의 음악에만 심취해 있던 괴짜 십대 소년 윌리엄 밀러(패트릭 후지트)는 우연한 기회에 떠오르는 신인 스틸워터의 밴드 투어에 따라나서게 된다. 하지만 그가 꿈꾸고 사랑했던 세계에 가까워질수록 진실은 고통스럽고 판타지는 일그러진다.


김재욱│록 키드 김재욱이 사랑하는 음악 영화

4. <댓 씽 유 두> (That Thing You Do!)
1996년 | 톰 행크스

“밴드의 성장을 다룬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댓 씽 유 두>는 그렇게 보이면서도 이야기가 끝났을 때 긍정적이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그룹 ‘원더스’의 로큰롤은 쉽고 신나서 처음 듣는 사람도 단번에 사로잡는데, 라디오에서 자신들의 노래가 처음으로 흘러나오는 신에서는 흥분하는 밴드 멤버들과 친구들을 보며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에 나까지 배시시 웃게 된다. 후반부에 주인공과 유명한 피아니스트 할아버지가 스튜디오에서 우연히 만나 잼을 하는 신도 참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낮에는 아버지의 가게에서 일하지만 밤에는 드럼 연습에 매달리던 가이 패터슨(톰 에버렛 스콧)은 우연한 기회에 대타 드러머로 나섰다가 밴드가 우승하며 일약 스타가 된다. 하지만 성공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즐기기 위해 시작한 음악이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삶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극 중에서 음반 제작자로 등장하는 톰 행크스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김재욱│록 키드 김재욱이 사랑하는 음악 영화

5. <몽상가들> (I Sognatori)
2003년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뮤지션에 대한 영화는 대개 그가 죽거나 한참 시간이 흐른 뒤 그를 기억하는 감독들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나 역시 지나간 시대의 음악과 옛날 뮤지션들에 대한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세 명의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의 방식이 참 좋았다. 물론 한국사람 특유의 진하고 솔직한 소통도 너무 좋지만, 예술과 문화에 심취해 자기의 가치관을 목숨처럼 여기며 나누는 소통도 멋지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에만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부류의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오프닝에 나오는 지미 헨드릭스의 ‘Third Stone From The Sun’ 한 곡으로도 충분하다.”


68혁명 당시의 파리, 청년노동자와 대학생 등 4백만 명의 인파가 거리로 몰려나와 사회와 대학 교육의 모순을 비판하지만 미국에서 온 유학생 매튜(마이클 피트)는 쌍둥이 남매 이사벨(에바 그린)과 테오(루이스 가렐)의 집에서 칩거하며 그들과 복잡한 심리 게임에 몰두한다.<#10_LINE#>

김재욱│록 키드 김재욱이 사랑하는 음악 영화

연기자로서, 밴드의 작사가이자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로서 창작과 표현을 동시에 하는 경험에 대해 김재욱은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때에 느껴지는 감각과 어떤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다르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장르를 불문하고 명확하고 개성 있는 색채를 띤 작품들에 많이 끌렸다면 지금은 좀 더 범주를 넓혀 보편적인 것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도 굉장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인다. 한 번 편입되면 거대한 톱니바퀴의 일부가 되어 버리는 것 같은 연예계에서 매번 뻔한 길 대신 다른 길을, 자신이 가장 자신다울 수 있는 선택을 해왔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그의 다음은 과연 어디로 향할까. 일단 상반기 중 발표될 예정인 월러스의 정규앨범이 그의 ‘진짜’와 맞닿아 있는 첫 번째 지름길이 될 것 같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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