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한국투자증권은 15일 향후 엔화 약세 모멘텀을 예상하며 일본과의 경합관계 있는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퇴색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소연 애널리스트는 "전일 코스피는 우여곡절 끝에 상승 마감했지만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몇몇 종목들이 급등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을 뿐 그 외의 종목들은 대부분 약세였다"며 "내용면에서는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날 시가총액 1, 2, 5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포스코, LG화학은 각각 4.4%, 8.3%, 5.4%씩 올랐다. 이들 세 종목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 수준이다. 급등했던 SK이노베이션, 하이닉스, S-OIL, 호남석유 등도 대부분 시가총액 20위 이내의 종목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실제로 전날 코스피는 0.8% 올랐고 대형주는 1.3% 상승했지만 중형주는 2.2%나 빠졌고 소형주도 1.8% 하락했다"며 "일본 기업들의 가동 중단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수혜를 폄하할 필요는 없겠으나 이외 종목들의 냉랭한 시세는 여전히 불안한 시장 환경을 시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가와 산업용 금속 가격 하락이 실수요 둔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좋게 해석하자면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산업 수요가 높은 금속인 구리와 팔라듐의 가격도 최근 고점 대비 10% 상당 하락했다는 것. 박 애널리스트는 이에 따라 수요 둔화 우려에 더 큰 무게를 뒀다.
엔화의 움직임도 앞으로 코스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단기적으로 일본의 재해복구 자금 송금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대다수지만 이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일본이 재해복구 자금 마련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옵션은 미국 국채 등 해외투자자산을 매도해 그 돈을 회수하는 것과 추가적으로 국채를 발행하는 것 등"이라면서도 "미국 국채 매도 시나리오는 일본에게도 미국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금리가 크게 상승하게 되면 막 살아나기 시작한 소비경기와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붓는 격일 테고, 일본 입장에서는 해외자산 매각 및 자금 송환으로 엔화가 급속하게 강세를 보일 경우 그렇지 않아도 타격을 입은 수출 기업들에 악재를 하나 더 얹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정부는 엔·달러 환율 추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돈을 풀고 부채를 늘리고 국제사회는 이를 용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좀 더 부담을 지더라도 엔화 약세로 수출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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