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자사의 화장품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나올 리가 없다며 펄쩍 뛰던 한 제약사는 세 달 만에 전 임직원이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표명했다. 또 다른 제약사는 제품 광고의 콘셉트가 자칫 잘못된 질병 치료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지적을 3년 만에 수용했다. 동성제약과 동국제약의 이야기다.
두 제약사는 한 날 한 발 물러서 자사의 잘못을 직ㆍ간접적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거나 국민보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뒤로 물러선 한 발걸음이 이내 다시 내딛여질 텐데, 이날 밝힌 마음가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동성제약 "크림제품에 문제있다" 3개월 만에 사과
"9일 언론 보도된 동성제약의 합성 스테로이드 검출 화장품 추가적발과 관련해 동성제약의 임직원 일동이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
동성제약은 지난해 말에 이어 이날 '에이씨하하크림'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되자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돼 신뢰를 크게 잃었다면서 이양구 사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잘못을 인정했다.
동성제약의 화장품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아토하하크림'에서도 스테로이드 성분이 나와 해당 제품이 폐기조치 됐으며, 제품을 제조할 수 없는 전제조업무정지 1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당시 회사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문제가 된 스테로이드 성분을 결코 인위적으로 첨가한 사실이 없다"며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에 시험을 재의뢰한 후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경우 식약청에 이의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날 전 임직원이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던 것과는 정반대의 입장이었다.
입장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뀐 것은 촘촘한 단속망이 과거 '전력'이 있는 동성제약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적발된 이후 자체 내부 재조사 끝에 동일한 발주회사가 같은 원료(아토콘제로)로 해당 제품을 제조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지난달 식약청에 자진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발주회사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지만 결국 "제조 및 제품 관리에 더욱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일 건이 앞으로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가 됐다.
동국제약 "잘못된 치료법 전달할 수 있어" 3년 만에 수정
"광고가 자칫 약만 먹으면 잇몸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다음 주 월요일부터 치과치료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TV광고를 방영합니다."
이영욱 동국제약 사장은 9일 대한치주과학회가 마련한 '잇몸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공개된 새 광고에는 '치과도 잘 다닌다', '치과 다니면서 약을 먹고 있다' 등 광고모델의 멘트가 들어갔다.
잇몸약 광고가 잇몸질환 조기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시된 지 3년만이다.
이제라도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는 반길만하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학회 측 관계자조차도 이 같은 질문이 몇 해째 이어지고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그럴 때마다 관련 전문의들은 "잇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병원을 찾지 않거나 단순히 잇몸약만을 복용해선 안 된다. 잇몸약은 치과 치료와 병행해야 근본적으로 치료할수 있다"고 반복해왔다.
이날 기자간담회장에서도 잇몸약 광고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그러자 이 사장은 "치과 치료를 받으면서 잇몸약을 함께 먹어야 한다"면서 "곧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한 광고가 전파를 탈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그간의 광고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을 수용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리딩 브랜드로서 국민보건차원에서 올바른 치료법을 알리는 등 공익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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