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재수생 15만명 시대를 맞아 가정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했다. 그들은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한 재수생ㆍ삼수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고 대학들의 지나친 서열화를 깨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김승현 정책실장은 재수생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입시제도를 손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시 전형 등의 평가기준이 불명확하고 '로또 논술'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한 번 재수해보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수능이 비교적 쉽게 출제되면서 보다 유리해진 것은 재수생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주요대 합격자 가운데 재수생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균관대의 재수생 합격자 비율은 무려 61.3%에 달했다. 중앙대(54%) 한양대(53.6%)도 재수생 합격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각각 43.3%와 47.4%를 기록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김 실장은 "결국 대입전형 전반이 제대로 풀려야 하는데 대입전형에서 모집단위별 특성화 등을 통해서 '단순히 점수를 잘 맞으면 잘 갈 수 있다'는 인식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예컨대 수학이 덜 필요한 전공에서는 덜 반영한다거나 전 과목이나 국ㆍ영ㆍ수 위주의 평가가 아니라 수능의 비중을 낮추면서 내신 반영 등을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강남 지역 일반계고 등에서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를 살펴보면 대다수가 재수생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녀의 재수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하고 선택할 수 있는 부유층 지역의 고교들이 앞으로도 대입에서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역시 과도한 재수열기를 지적하며 지방 국립대 육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부위원장은 "경제적으로 비교적 부유한 서울 강남, 송파 지역의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70~80%에 이르는 학생들이 재수를 선택하는 것이 최근 학교 현장의 흐름"이라며 "쿼터제 등을 통해 취업 강화까지 연계한 지방 국립대 육성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이 예전보다 더 서열화되고 학생들이 서울의 일부 대학으로만 몰려들면서 재수 열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은 그는 과거에 역량을 인정받던 지방 국립대 진학을 통해서 안정되고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대학의 수도권 집중과 서열화 흐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학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수생 문제에 대해 "특성없는 대학들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대와 다를 바 없는 커리큘럼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왕이면 서울대 가서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생기는 것"이라며 "재수 자체를 옳다 그르다 평가할 게 아니라 각 대학의 교육기능이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각자의 역량으로 차별화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서열이 높은 대학에 가려는 열기가 과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수 문제와 관련해 국내 최대의 입시전문학원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대표는 지난달 입시설명회에서 "대입제도가 구조적으로 잘못돼 있다"면서 "대학 졸업장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특수한 사회현상이 있는 이 나라에서 대학입시에 대해서만 그렇게 자유를 주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정부의 입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도형 기자 kuer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