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아침 출근 준비로 바빠 등교를 못 도와주는 게 가장 미안해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에 진학하는 딸 동은이를 둔 유평준ㆍ강미영 부부에겐 아침마다 출근길이 전쟁이다. 이들은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의 등교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엄마는 아침 7시 반에 출근하고 아빠는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입학과 동시에 한 달간 학교적응 기간이라고 하여 아침9시까지 등교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아빠가 회사에 양해를 얻어 일주일간 동은이 등교를 도와주고 늦게 출근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들과 같은 맞벌이 부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오전 6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자녀들을 돌봐주는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이 3월부터 운영된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지난해 12월 1차 공모를 통해 총 536개의 온종일 돌봄교실 설치학교를 지정한 데 이어 최근 2차 공모에서 464개교를 추가 선정해 3월2일부터 총 1000곳의 온종일 돌봄교실을 운영한다.
지난 1차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서울 보광초등학교(교장 이선규)를 찾아 온종일 돌봄교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펴봤다.
이태원 한 가운데 위치한 보광초의 '온종일 돌봄교실'은 1, 2학년을 중심으로 모두 26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3월부터는 추가로 40명이 신청해 총 두 학급으로 운영된다. 지금까지 평일에는 방과 후부터, 방학이나 학교휴업일에는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오전 7시부터 일찌감치 문을 연다.
박 윤(30) 보육교사는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절반 가까이 참여하고 있다"며 "학업과 관련된 기초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ㆍ체능 활동과 체험활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보광초의 온종일돌봄교실은 학교 선생님들이 직접 독서논술과 창의수학, 영어, 일본어, 음악, 체육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문예진흥원으로부터 강사와 프로그램을 제공받아 사물놀이, 전통공예, 무용 등의 특기적성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또 맞벌이 부부의 걱정거리인 쉬는 토요일에도 보육강사와 지도교사가 함께 과학교육원, 월드컵 공원 등에서 체험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교육 프로그램은 문제가 없어보였는 데 아이들의 먹을거리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 지 궁금했다. 저녁식사는 영양사가 성장과 영양에 맞춰 구성한 식단을 학교 조리사가 조리하여 제공하고 있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숙명여대, 명지대, 홍익대 등 대학생들로 구성된 동행 봉사자 선생님이 매일 2∼3명씩 학교를 찾아와 개인별 맞춤 지도를 해준다.
봉사자들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한글교육뿐만 아니라 숙제하기, 준비물 챙기기, 부족한 학습 보충지도 등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박윤 보육교사는 "아이들이 귀가할 때도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학부모와 통화한 다음 아이들을 직접 부모에게 인계하고 있다"며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박은경 보광초 교감은 "저소득층 및 맞벌이 가정 등 상대적으로 교육지원이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질 높은 학습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온종일 돌봄교실'로 지정된 학교를 살펴보면 유치원 191곳, 초등학교 726곳, 유ㆍ초연계 83곳이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279곳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서울(214개), 부산(119개), 경북(74개), 대구(68개) 등의 순으로 많이 설치됐다. 선정된 학교에는 온종일 돌봄교실을 위한 인건비와 운영비로 학교당 5000만원이 지원됐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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