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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잡는 사교육' 정부가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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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정부가 교육업체를 활용해 사교육 시장을 억제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말하자면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23일 오전 성균관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공교육 강화-사교육 경감 선순환 방안'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시안을 처음 공개했다. 이날 시안은 사교육 수요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과목인 수학교육을 내실화하고 방과후학교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만 한 부분은 방과후학교의 질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민간 인력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정부가 일부 영리단체의 방과후학교 참여를 허용하면서 점차 확대돼온 교육업체들의 방과후학교 사업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안민석(민주당) 의원실에서 지난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정부가 영리단체의 방과후학교 참여를 허용하면서 지난해부터 사교육업체의 참여가 급증했다.

2010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서울지역 420개(33%) 학교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사교육 업체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으며 사교육업체가 담당하는 강좌 수는 5613개로 전체 강좌의 9%를 차지했다. 2009년 184개교, 1313개 강좌에 비해 학교 수는 2.5배, 강좌 수는 4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교로 1634개(28.4%)를 운영해 지난해 서울에서만 18억3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교는 또 전국적으로 방과후학교 사업에서 586억원의 매출(2009년 기준)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같은 흐름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안민석 의원은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영리단체가 값싼 교육비로 양질의 프로그램을 마냥 제공해 줄 것이란 생각은 교과부의 순진한 기대일 뿐"이라며 "향후 방과후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내실화를 위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컴퓨터와 영어 교육 등을 중심으로 방과후학교 사업에 참여해오던 웅진의 경우 사업성과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사업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교과부가 발표한 이번 시안에는 모든 학교가 자율적으로 민간기관의 우수 프로그램을 방과후학교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폐지하고, 전국 단위의 우수 민간위탁기관 풀을 구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실제로 민간위탁 운영이 활발한 부산의 경우 영어 사교육비가 전국 평균 대비 81% 수준으로 민간의 참여 효과가 상당하다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또 고용노동부와 방과후학교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내달 중으로 체결해 올해 안으로 20개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제시된 방안은 초ㆍ중ㆍ고교 수학 교육의 방향을 바꿔 수학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최근 교과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 전체 사교육비 중 영어 사교육비의 비중이 33%였고, 그 다음이 수학으로 28%의 비중을 차지했다. 교과부는 기존 수학교육이 문제풀이식 반복 학습 위주로 학생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개선안은 수학시험에서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복잡한 계산이 요구되는 부분은 삭제하고 주입식ㆍ단순 암기식 내용을 지금보다 20% 정도 줄이는 방안을 우선 제시했다. 이번 시안처럼 수학 사교육 억제책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학과 생활경제', '기초 공학수학' 등 실생활과 연계된 학습자료를 개발ㆍ활용하는 방안, 수준별 학습자료를 개발ㆍ보급하는 방안, 첨단시설이 설치된 '미래형 수학교실'을 도입하는 계획도 나왔다. 교과부는 "'미래형 수학교실'은 모델 개발을 통해 올해부터 과학중점고와 낙후지역학교 등에 시범 적용한 뒤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개선책에는 서술형 문제를 확대하고 문제풀이나 계산 위주의 평가를 과정중심 평가로 전환하며, 특히 고교생들의 경우 대학교처럼 전자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에 대한 정책연구를 올해 안에 실시하는 내용도 담았다.


수학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권역별 대학과 연구기관이 수학교사 전문 연수기관으로 활용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 교육과정 개정이나 교과서 및 수업모형 개발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수학교육연구센터가 올해 안에 설치된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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