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4일 오후 이슬람채권법 공청회는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다는 의미의 '공청회'가 무색할 정도로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출입문은 경위들이 지키며 기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간혹 기획재정위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출입할 때 열리는 문틈도 재빠르게 닫았다.
공청회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속기사들이 2명씩 조를 이뤄 교대했지만, 기재위는 향후에도 이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한나라당 소속 기획재정위 A 의원은 "너무 민감하다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며 "우린 요즘 이슬람채권법 때문에 전화에 문자에 정말 끔찍할 정도로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공청회는 찬성측 주제 발표에 이어 반대측 의견을 교차하며 진행됐다. 각각 2명씩 발표가 끝나면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날 참석했던 한 보좌진은 "내용은 이미 다 알려진 것인데 왜 공청회를 문 닫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다만 의원들이 몸 사리는 분위기는 뚜렷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태영 대우증권 전무는 "미국과 유럽에 치우쳐 있는 국내 외화 차입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잠재력이 큰 이슬람은 한국에 있어 미개척 펀딩마켓으로 중요한 외화 유동성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삼 선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무분별한 신용의 확대재생산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찬성했다.
이 교수는 또 "이슬람 금융자산의 규모는 90년대 중반 150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그간 성장세를 지속해 2008년 말 9510억 달러 규모로 증가했다"며 "이슬람 채권 발행규모는 영국(261백만 달러), 미국(167백만 달러), 독일(123백만 달러) 순으로 이미 이슬람 금융이 세계자금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40%를 넘어 그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반대 토론에 나선 고영일 변호사는 "이슬람채권법은 이자수수를 금지하는 종교상의 제약을 지키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목적 법인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를 조세특례로 규정해 특정종교를 이유로 한 채권을 우대하는 조치를 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는 명백히 헌법에 규정된 정교분리원칙에 반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구조적으로 이슬람 금융은 더 불투명한 특성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감독이 취약한 해외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한 금융거래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불법·탈법 거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예방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또 샤리아위원회와 관련 "이슬람 금융이 소수의 샤리아위원들의 결정에 좌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 금융을 도입한 비(非)이슬람 국가들이 이슬람의 영향 아래에 놓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공청회는 끝났지만 이슬람채권법 처리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이용섭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슬람채권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의원들 상당수가 어떤 것이 국가나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확신이 없었으나 공청회를 통해 정확하게 판단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강길부 의원은 "오늘은 찬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라며 "당에서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으로 세밀하게 검토 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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