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3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도회에 참석해 길자연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의 인도에 따라 무릎을 꿇은 채 1분 정도 합심기도를 했다.
길 목사는 "이 시간 우리는 다 같이 무릎을 꿇고 하늘 향한 우리의 죄의 고백을 기뻐하시는, 진정으로 원하시는 하나님 앞에 죄인의 심정으로 먼저 1분 동안 통성기도를 하자"고 기도를 이끌었다.
참석자들이 하나 둘 의자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단상위에 있던 인사들도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김 여사가 먼저 바닥으로 내려왔고, 이 대통령은 잠깐 주저했다.
김 여사가 이 대통령의 허벅지를 찌르며 재촉하자, 그제서야 이 대통령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단상밑에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이미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이를 지켜본 청와대 관계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기도회에서 무릎 꿇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길 목사가 오버(과장되게 행동)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합심기도를 어떻게 진행할 지는 인도하는 목사에게 달려있다"며 "행사 진행상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 형태로 진행된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비기독교인들이 이 모습을 볼때 오해할 수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종교갈등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쿠크법안(이슬람채권법안) 반대를 주도해온 길 목사가 대통령을 무릎꿇도록 했다는 점은 교회 앞에 굴복시키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길 목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혀 의도된 건 없다"며 "기도를 인도하다 순간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통령이 불교행사에 참석한 것은 당선인 시절이었던 2008년 1월16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의 신년하례 법회와 취임 이후인 2009년 3월18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대법회 등 2번이었다. 이들 행사에서는 선 채 합장을 함으로써 예를 갖췄다.
이 대통령은 취임이후 끊임없이 종교 편향 지적을 받아왔다. 세간에는 개신교 교회가 일방통행을 한다는 말들이 더 많아졌다. 때문에 종교 문제만 나오면, 청와대 참모들은 말문을 닫는다.
이 대통령도 종교문제에 대해서는 각별히 조심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기도 논란도 의도하지 않게 발생한 해프닝일 뿐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대통령만 곤혹스러운 지경이 됐다.
청와대 관계자가 묻는다. "만약 그때 대통령만 의자에 앉아서 기도를 했다면 더 이상하지 않았겠나? 단상 위와 아래에 있던 대부분 사람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대통령만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하나다. 개신교가 다른 종교인들과 무신론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종교 논란에서 벗어나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어떤 종교를 가진 국민에게든 하나의 대통령이 돼야 비로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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