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 시사 발언에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유로화는 4개월래 최고치로 상승했고 독일 국채도 약세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금리가 1.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예상했다.
ECB의 금리 동결과 트리셰 총재의 언급이 발표된 3일(현지시간) 오후 4시 20분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0.7% 오른 1.3962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1.3974달러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엔 환율은 전일 113.52엔에서 1.4% 오른 115.06엔, 장중 한때 115.07엔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 국채 2년물 금리도 이날 런던채권시장에서 오후 4시 30분 23bp(0.23%) 오른 1.77%를 기록해 2009년 1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고 10년물 금리는 13bp(0.13%) 오른 3.33%를 나타냈다.
ECB가 예고대로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이는 지난 2008년 7월 이후 첫 인상 조치다.
페터 반덴 하우트 ING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인플레 선제대응을 위해 금리인상의 ‘예방주사’를 놓은 격”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의 이같은 움직임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영국중앙은행(BOE)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에 따른 결과라고 풀이했다.
BOE도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23개월째 동결했으나 22일 공개된 BOE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는 금리인상과 긴축정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머빈 킹 BOE 총재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도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나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높은 실업률 등을 지적하며 양적완화 기조 유지를 표명했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1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유가 등 상품가격 급등이 일시적이고 비교적 완만한 소비자물가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단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금리인상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
블룸버그통신의 자체조사 결과 금융권 전문가의 의견은 ECB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현행1.00%에서 1.75%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것에 모아졌다.
마르코 발리 유니크레디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금리 인상에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 경기회복세를 유지할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9월과 12월에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켄 와트렛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인플레이션이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오를 것이며 ECB가 올해 기준금리를 2%까지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닉 쿠니스 ABN암로 이코노미스트와 위르겐 미헬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1.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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