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일보 김대원 기자]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사저에는 화단이 있다. 야당 시절 DJ는 앞마당 담장 밑으로 빙 둘러 화단을 가꿨다. 화단에는 우리 농촌에서 흔히 보는 채송화 맨드라미 봉숭아 같은 꽃들이 심어져 있다.
DJ는 틈나는 대로 화단에 가서 꽃을 들여다보곤 했다. 특히 고인은 채송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당시 동아일보 기자였던 민주당 이낙연 사무총장은 “DJ가 말없이 채송화를 한참씩 들여다보던 모습을 기자시절 동교동에 출입할 당시 볓 번이나 보았다”고 회고한다.
충남 예산 출신으로 전남 함평 남자와 결혼한 여류화가 박정희씨(54)는 어린 시절을 향한 그리움을 화폭에 즐겨 옮긴다. 박 화백은 해마다 서울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연다. 몇 년 전 박 화백의 전시회에서 이 총장은 채송화 그림을 발견했다.
“박 화백과 얘기하다 DJ와 채송화의 얘기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곤 그 일을 곧 잊어버렸습니다”
최근 박 화백은 이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채송화 그림이 완성됐으니 그것을 주고 싶다는 얘기였다.
“채송화요?” 그는 잊고 있었던 몇 년 전 일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러나 이 총장은 ‘집이건 사무실이건 걸어놓을 곳도 마땅히 없다’며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곤 며칠 후, 이 총장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지, 그 그림의 주인은 따로 계시지... 급히 박 화백에게 연락을 했다. 이번엔 그림을 달라고 했다. “그 그림은 제가 아니라 이희호 여사님께서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DJ가 마당의 채송화를 들여다보던 뒷모습을 이희호 여사는 응접실에서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았을 것이며, 그러므로 이 여사가 채송화 그림을 보면 틀림없이 DJ의 뒷모습이 겹쳐 보일 것이라는 게 이 총장의 판단이다.
박 화백도 동의했다. 이 총장은 이희호 여사 측에 연락, 2일 오후 박정희 씨와 함께 동교동 자택을 찾았다. 그리곤 채송화 꽃을 전달했다. 이 여사가 무척 기뻐했다는 전언이다.
김대원 기자 d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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