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부산발 분양 봄바람이 지방 미분양시장으로 옮아붙기 시작했다. 분양 열기가 달아오른 부산은 물론 충청권, 수도권까지 미분양 아파트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건설사들 역시 모처럼 되살아난 매수세를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며 이자 할인, 전세전환 등의 각종 판매 유인책을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청주성화 호반베르디움'은 지난 2월26일 모델하우스를 재개장 후 200여건을 계약했다. 840가구의 대단지로 이뤄진 이 아파트는 지난해 1월 분양 당시 부동산시장 불황 등의 여파로 40%정도만 팔렸다. 하지만 최근 모델하우스 재개장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모델하우스를 재개장한 첫 주말 동안 1만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계약도 200건을 넘었다. 전셋값 고공행진 등으로 내집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하에 중도금 무이자 융자와 확장비 50% 지원 등의 조건을 내걸고 적극적으로 미분양 물량을 판매한 덕분이다. 강창석 청주성화 호반베르디움 모델하우스 소장은 "청주의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어 주택구매의사가 높아지고 있다"며 "30평형대 대단지 아파트라는 점과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인 분양 조건 등이 실수요자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의 봄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부산에서도 미분양 아파트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벽산건설이 부산 장전동에 공급한 '벽산블루밍 디자인시티'는 지난 1월 부터 132㎡(전용면적)이상의 대형 평형대의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1~2월 2개월간 132㎡ 이상 평형대의 계약건수는 30여건에 이른다. 이 아파트의 일반분양은 1075가구로 ▲59㎡ 61채 ▲67㎡ 162채 ▲84㎡ 546채 ▲104㎡ 87채 ▲132㎡ 112채 ▲147㎡ 75채 ▲164㎡ 32채로 이뤄져 있다. 현재 분양률은 88%며 104㎡ 이하의 물량은 모두 팔린 상태다. 정성진 벽산건설 마케팅팀 부장은 "104㎡이하의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자 지난해까진 거들떠보지도 않던 132㎡ 이상의 대형평형이 팔리기 시작했다"며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매기가 대형평형까지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침체 분위기였던 수도권 미분양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분위기를 바꾼 주요인은 전세대란이다. GS건설이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에 공급한 성복자이1,2차는 2008년 분양 당시 분양률이 20%대에 그쳤지만 현재 60%까지 올랐다. 호반건설의 '한강신도시 호반베르디움'도 최근 분양률이 90%에 육박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아파트가 전혀 팔리지 않았던 얼마 전 상황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달라졌다"며 "미분양아파트를 구입하면 세금혜택을 주겠다는 정부의 전세대책까지 나온 만큼 지금이 마케팅 최적의 시기라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사의 기대와는 달리 부산발 분양시장 훈풍이 미분양 시장 전체로 확대되기엔 다소 시기상조라는 게 의견도 여전히 나온다. 집값을 올렸던 전셋값 상승세가 최근 꺾인데다 저렴하게 나온 중소형 아파트의 매물이 팔리고 나면 미분양 판매 속도도 주춤해질 것이란 게 주요 근거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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