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즈 소속 배우 이쿠타 토마가 각종 영화 관련 시상식이 열린 2월 초 ‘쟈니즈 최초’란 타이틀로 신문을 장식했다. 2월 15일 53회 블루리본상에서 이쿠타 토마는 영화 <인간실격>과 <하나미즈키>로 신인상을, 2월 20일 열린 영화잡지 <키네마준보>의 ‘영화 베스트 10’에서도 <인간실격>으로 신인남우상을 거머줬다. 블루리본상은 7개 신문사의 모임인 도쿄영화기자회가 선정하는 영화상이고, <키네마준보>의 ‘영화 베스트 10’은 <키네마준보>가 매년 전문가의 심사와 관객 설문으로 결정하는 상이다. 두 상은 마이니치영화콩쿨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3대 영화상이라 불리기도 한다. 음악 관련 타이틀이라면 수도 없이 쌓여있을 쟈니즈 사무소지만 블루리본상과 <키네마준보>의 ‘영화 베스트 10’은 이쿠타 토마의 이름으로 처음 쟈니즈 사무실을 장식하게 됐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 이쿠타 토마
쟈니즈 엔터테인먼트는 남성 아이돌의 산실이다. 1962년 그룹 쟈니즈의 데뷔로 시작된 쟈니즈 엔터테인먼트는 소년대, 히카루겐지, SMAP, 아라시, NEWS 등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을 배출해왔다. 연습생 시스템과 유동적으로 맺어지는 유닛의 체계는 50년 넘게 이어지는 소속사의 구심력이다. 소속 아이돌은 노래, 댄스는 물론 드라마, 영화에도 출연하며 연기 활동도 벌인다. 1996년 쟈니즈에 들어간 이쿠타 토마 역시 연습생 시절을 거치며 노래와 댄스를 익혔다. 그와 함께 연습생 시절을 보낸 아이돌은 NEWS의 야마시타 토모히사, 아라시의 마츠모토 준, 니노미야 카즈나리, 아이바 마사키 등이다. 하지만 이쿠타 토마만이 그룹을 결성하지 못한 채 주니어 시절을 졸업했다. 이쿠타 토마는 쟈니즈에서 유일하게 가수로 활동하지 않는 탤런트다. 그는 블루리본상 시상식에서 “그룹에 들어가지 못해 낙오됐단 기분도 있었다.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좋아하는 연기를 더 알아가 보자고 생각했다”며 과거를 회고했다. 눈물을 머금고 정진한 배우의 길에서 처음 빛을 본 것이다.
쟈니즈의 탄탄한 시스템은 일본 TV와 스크린에서도 눈에 띈다. 쟈니즈 소속의 아이돌은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연기를 하는 이쿠타 토마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17살 무렵 극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배우가 되야겠다”고 결심한 이쿠타 토마의 길은 지금까지 쟈니즈 소속 아이돌에겐 없었던 도전과 모험을 보여준다. 쟈니즈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인 제이스톰의 제작영화에 주로 출연하는 아라시 멤버들과 달리 이쿠타 토마는 2010년 카도가와 영화인 <인간실격>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초상을 그렸고, 2011년 개봉 예정인 <켄지 이야기>에서는 <사랑의 유형지>를 연출했던 츠루하시 야스오 감독과 함께 헤이안 시대 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켄지 이야기>에서 나카타니 미키, 쿠보즈카 요스케와 함께 주인공 히카루 켄지를 연기하고, 3월 2일까지 일본 연극의 대가 니나가와 유키오의 연출 아래 연극 <사드 후작부인/우리 친구 히틀러>에 출연하고 있다. 여기서 이쿠타는 여자 역할을 한다. “무대에서 팔리지 않다 영화로 스타가 된 점이 공감된다”며 알 파치노를 동경의 배우로 꼽는 이쿠타 토마. 그가 걷는 길은 분명 쟈니즈가 일본 영화계에 선사한 뜻밖의 선물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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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재혁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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