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지난해 미국에서 쫓겨난 러시아 ‘미녀 스파이’ 안나 채프먼(29)이 오는 12월 의회 선거에 집권 통합러시아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러시아 현지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를 인용해 2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채프먼은 남부 볼고그라드주 볼고그라드의 지역구 후보로 낙점됐다.
채프먼의 당선은 그야말로 ‘따놓은 당상’이다. 러시아는 사실상 통합러시아당 일당 국가로 통합러시아당의 집권이 향후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볼고그라드는 채프먼이 태어나 성장한 곳이다.
지난해 여름 채프먼은 미국에서 활동하다 발각된 다른 9명의 러시아 스파이와 함께 본국으로 추방됐다.
서방은 어설픈 러시아 스파이들의 첩보 행각을 비웃었지만 러시아의 실세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 동안 다른 스파이 9명은 조용히 산 반면 채프먼은 인기몰이를 하며 지난해 10월 러시아 최고 훈장까지 받았다.
최근에는 푸틴 총리가 이끄는 통합러시아당 외곽 청년 조직인 ‘청년근위대’ 지도부에도 합류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애국심을 고취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남성잡지 ‘맥심’ 러시아판의 표지 모델로 등장했다. 까만 란제리 차림으로 권총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는 요염한 모습이다.
지난달부터는 민영 REN TV의 주간 프로그램 ‘안나 채프먼이 진행하는 세계의 미스터리’를 맡았다.
사업 수완도 일품이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해 보드카·시계·의류 사업 등에 진출하기도 했다.
한편 과거 푸틴 총리에게 유도를 가르친 바실리 셰스타코프 역시 의원 후보로 지명됐다고.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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