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족 겨냥한 외식업이 뜬다
칸막이형·1인용 바 등 전용공간… 1인가구 잠재수요 대체 새 트렌드
외식 문화에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혼자 밥 먹는 나홀로족이 서서히 증가하는 것.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2005년 317만 가구에서 2010년 404만 가구로 늘었다. 이는 전체 가구의 23%를 차지하는 수치다. 1인 가구가 증가하자 외식업체에서도 이들을 겨냥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업체 수는 많지 않지만 증가하는 1인족의 잠재 수요에 미리 대처하려는 움직임이 외식업계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일본식 라면 가게 ‘이찌멘’은 독특한 내부 구조로 나홀로족을 유인하는 대표 명소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칸막이로 구분된 세 개의 공간이 눈에 띈다. 가운데에 있는 큰 공간을 제외하고 양 쪽 벽면에 있는 작은 공간은 입구에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1인석’이라고 쓰인 안내문이 용도를 짐작케 한다.
1인석은 바(BAR) 형태의 테이블이 길게 놓여 있고, 칸막이가 각 좌석을 구분지어 식사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게 설계했다. 독서실을 연상케 하는 구조다.
가게에 들어오는 고객들은 입구에 놓인 식권 발매기에서 원하는 메뉴를 정한 뒤 식권을 구매하고 자리를 정해 앉는다. 메뉴는 이찌멘 세트(단가 6000원)와 가쯔동(6000원) 두 종류다.
자리에 놓인 종이에는 순한맛, 표준, 매운맛 등 메뉴의 맛과 공기밥이나 김치 등 추가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공란이 있어 기호대로 기입하고 호출 버튼을 누르면 종업원이 식권을 받으러 온다. 테이블마다 정수기가 작은 수도꼭지 모양으로 설치돼 물도 편리하게 따라 마실 수 있다. 또 테이블 뒤쪽 벽면에는 가방과 옷을 걸 수 있는 소지품 걸이가 있다.
‘프라이버시’ 지키는 매장 설계
물론 가게 내 전체 23개의 좌석 중 1인석 10석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2인 이상의 고객들도 이용할 수 있다.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에는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이찌멘 신촌점 점장은 평일에 가게에 오는 평균 220명의 고객 중 40~50%에 해당하는 약 90~110명가량이 1인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주말에는 유동인구가 더 많아 총 300명에 달하는 손님이 가게를 찾는다. 이 중 1인 고객은 120여명으로, 전체 고객에서 1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일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찌멘은 신촌과 명동 두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1인석은 신촌점에만 구비되어 있다. 이찌멘의 운영 본사인 ㈜이야기가 있는 공간 관계자는 “현재 신촌점과 같이 1인석을 갖춘 점포를 프랜차이즈로 운영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라며 “3월 중에 모든 준비가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촌점은 하루 매출이 약 150만 원에 달하며, 월 4500만 원에 해당하는 매출을 올린다. 명동점은 이보다 조금 낮은 일 매출 130만 원을 기록한다. 본사 측에서는 이찌멘을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려면 점포 임대 비용을 제외하고 초기 자본금이 1억 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했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샤브샤브 전문점 ‘하나 샤부정’은 1인 고객이 혼자 고기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가게 내부에는 2인석, 4인석을 비롯해 1인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바(BAR)까지 총 65석의 좌석이 구비돼 있다.
하나 샤부정의 메뉴는 소고기 샤브샤브와 돼지고기 샤브샤브 두 종류인데, 단가가 각 1만4000원으로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골 고객을 많이 보유하는 이유는 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일본식 샤브샤브의 깔끔한 맛을 그대로 살려 고객들에게 좋은 평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고기 1인분 주문도 언제나 OK
사무실이 대부분인 주변 환경 탓에 직장인이 많이 방문하는데, 특히 나홀로족이 편하게 방문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혼자 고기 요리를 먹기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도, 하나 샤부정에서는 1인용 바에 앉아 샤브샤브를 즐길 수 있는 것. 퇴근 후 방문하는 40~50대 남성 단골 고객들은 샤브샤브 요리 1인분에 가벼운 주류를 곁들이기도 한다.
일본식 장식물과 정갈한 테이블로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운 느낌을 조성해, 단체 손님들이 많이 방문해도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 따라서 1인 고객이 바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기에 적합한 분위기다. 1993년 개업 이래 꾸준히 일평균 100명 이상의 고객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1인 고객을 배려한 좌석과 메뉴,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밖에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구로구 가산동의 ‘오렌지스푼 제이플라츠점’도 1인용 바를 갖춰 나홀로족을 유인한다. 점심·저녁 메뉴(단가 4500원)를 비롯해 커피, 와플, 샌드위치, 분식류가 저렴한 가격에 제공돼 가산디지털단지를 비롯한 주변의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찾는다.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내에 위치한 스테이크 전문점 ‘페퍼런치’는 싱글족에게 인기를 끄는 메뉴로 유명하다. 다양한 스테이크 메뉴가 빠른 시간 내에 제공돼 혼자 스테이크를 즐기기 위해 찾는 손님이 많다는 것. 페퍼런치 관계자는 “혼자 와서 스테이크를 주문하는 고객들이 많다보니 많은 싱글족들이 눈치 보지 않고 식사를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테이크의 가격은 9900원~145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나홀로족의 천국’ 일본의 외식문화
1인 가구 수가 전체 가구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3%에 달하는 일본은 일찌감치 1인 외식 문화가 발달했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상주하는 도시에, 간편하게 홀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많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서 식사하는 테이블과, 요리하는 주방장 바로 앞에 마련된 바(BAR) 형태의 테이블 등 가게마다 다양한 설계로 싱글족을 유인한다. 메뉴는 라면이나 우동, 덮밥, 타코야끼 등 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구성된다. 일반적인 선술집에도 대부분 바가 구비되어 있어 식사뿐 아니라 혼자서 맥주나 청주 등의 술을 즐기는 싱글족도 있다.
일본 오사카 시에서 작은 선술집을 운영하는 마리(48)씨는 “가게에 와서 혼자 술을 마시는 손님이 많다. 대부분 남자 손님이지만 여자 손님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믹 리뷰 백가혜 기자 l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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