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이집트 군부는 호스니 무바라크(82) 대통령을 권좌에서 쫓아내는 데 크게 한몫하고 민주주의 확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군부가 이집트 경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2월 21일자)에서 군부가 일단의 국유 서비스·제조 업체를 통해 이집트 민간경제에 막강한 지분까지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적어도 14개 기업이 정부 부서인 군산업부 아래 놓여 있다.
군이 경영하는 기업들은 청소 용역, 가전, 해충 박멸, 요식업 등 민간부문 곳곳에 진출해 있다. 일례로 엘나스르 서비스·유지는 탁아, 자동차 수리, 호텔 관리 등에 종사하는 인력 7750명을 거느리고 있다.
기타 군영(軍營) 기업들은 소형 무기, 탱크 포탄, 폭약물은 물론 운동기구, 소방펌프도 생산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자리잡은 켄트주립대학의 이집트군 전문가인 조슈아 스태처 조교수는 “이집트 경제 규모의 33% 정도를 군부가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군이 경영하는 기업들의 매출 규모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처럼 군이 군수업체를 경영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집트 군부는 내수 민간경제 부문에서 일련의 제품과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더욱이 민간의 감독도 받지 않는다.
엘나스르 서비스·유지의 경우 ‘퀸 서비스’라는 브랜드 이름 아래 18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나스르 서비스·유지에서 본부장을 맡고 있는 아흐메드 엘반나 장군은 “군이 엘나스르 서비스·유지의 지분 75%를, 나머지는 퇴역 장교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공약품, 비료, 산업용·의료용 가스, 가정용 살충제를 생산하는 ‘엘나스르 화학’이라는 업체도 있다. ‘아랍 인터내셔널 옵트로닉스’는 렌즈와 첨단 광학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군산업부는 자체 웹사이트에 ‘아부 자아발 엔지니어링’, ‘벤하전자’, ‘마아디 엔지니어링’ 등 10여 개 군수업체 리스트를 올려놓았다. 이 가운데 군에 대포를 납품하는 아부 자아발은 물·연료 탱크도 생산한다.
마아디는 가전·라디에이터·운동기구는 물론 의료·농업 장비도 만든다. 벤하는 통신장비, 전자레인지, 개인용 컴퓨터 제조업체다. ‘이집트 탱크 플랜트’는 소방차 제조업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소재 해군대학원 국가안보학과의 로버트 스프링보그 교수는 “군이 양계장, 젖소농장, 원예농장, 빵공장 등 민간 식료품 부문에서도 큰 영역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 측은 “군영 기업이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부추겨 시장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조지타운 대학의 사메르 셰하타 조교수는 민주화로 군부가 정치에서 완전히 배제될 경우 군의 이해관계에 타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혁주의자들이 군의 이해관계를 위협할 경우 군부가 반발하지 않을까.
프랑스 국립조사위원회의 바스마 코드마니 수석 고문은 “군영 기업이 이집트라는 국가를 건설하고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이집트 국민들은 군이 아직 부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집트 군부의 희한한 사업
★청소 용역
★해충 박멸
★탁아
★제조
★크레인·발전기 대여
★농업 폐기물 관리
★숙박·운수
★해운 서비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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