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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건설사①]"분양하면 빨리 망하고, 안 하면 천천히 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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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침체·수주감소·운영난 ‘3중고’…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일감없는 시장, ‘줄도산’ 예견됐다
시장침체·수주감소·운영난 ‘3중고’…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연이어 터지고 있는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건설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8조3700억원에 달하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에 대한 상환압박은 높아지는데 반해 수익을 뽑아낼 일감은 찾기 힘들어진 탓이다.

고질적인 전세난에 대형 건설사들마저 분양시장 눈치보기에 돌입하면서 시장을 가늠할 기준이 사라진 것도 한몫했다. 주택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해도 적자, 가만있어도 적자인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먹을게 있어야 살지…”

건설사들이 벼랑끝에 몰린 것은 ‘일’을 하지 못한 영향이 가장 크다.


21일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0년 국내 건설수주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수주액은 4·4분기의 극심한 부진으로 13% 감소한 71조9673억원을 기록했다. 1·4분기에서 3·4분기까지 국내 건설수주는 -0.5~1.0%로 양호했지만 4·4분기에만 공공수주가 43.2% 감소하고 민간수주 역시 28.4% 급감하며 침체를 주도했다.


공공수주가 줄어든 원인은 발주량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4대강 관련 발주량이 상당수를 차지했지만 4·4분기 이후 급감하면서 전체 공공수주액은 전년대비 35% 줄어든 38조2300억원에 그쳤다.


최근 몇년새 보금자리주택 등 품질과 가격은 물론 입지면에서도 뛰어난 공공물량이 쏟아진 것도 건설사들의 기회를 뺏어갔다. 이에 건설사들은 보금자리 인근 택지지구 개발 예정지의 사업완료 시기를 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대형건설사들도 발등에 불이 붙긴 마찬가지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서울시의 공공관리자제도 시행과 함께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수주량은 전년동기 대비 48%나 감소했다.


대형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먹을게 없는 시장에서 우리끼리 저가수주로 치고받는 일은 연명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시장이 크게 반등하지 않는다면 자금력이 부족한 건설사를 시작으로 줄도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위기의 건설사①]"분양하면 빨리 망하고, 안 하면 천천히 망하고" 2010년 건설수주 추이(단위:전년동기비 %, 백억원) / 대한건설협회·건설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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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안해도 망하는건 마찬가지”


그렇다고 새해 들어 분위기가 반전된 것도 아니다.


지난 1월 전국에 공급된 주택은 3627가구로 전년동월(2만5901가구)의 15% 수준이다. 겨울철 비수기라는 계절적 변수도 작용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사들의 분양기피 현상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수요층이 몰린다는 수도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월 공급물량은 2064가구로 2만여가구가 분양됐던 전년동월 대비 10%에 그쳤다.


주택업계가 예상한 2월 분양실적은 1만여가구로 집계되지만 재건축·재개발의 조합원분이나 임대주택을 제외하면 일반분은 4000여가구에 불과하다.


사업시기 조절로 미분양리스크를 피한 건설사들은 운영난을 맞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사업연기로 절약됐지만 당장 필요한 운영비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중견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분양을 하면 빨리 망하고 안하면 천천히 망한다”며 “일손이 남는 부서직원들을 미분양 현장에 투입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 다른 수익로를 찾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건설사들의 분양물량 감소가 시장에 반영되는 3·4분기가 다가오면 전세난과 맞물려 또다시 수급불균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올 한해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예산은 23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2%(8000억원) 줄었다. 금액 자체로는 평이한 수준이지만 이 가운데 4대강 사업예산 3조2800억원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금융위기 발생 전과 동일한 수준이다.


지자체와 공기업 역시 대부분이 예산이 삭감된 탓에 향후 1~2년간은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여력이 부족하다.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해소시켜줄 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공사 의존도가 높은 중소 및 일부 중견 건설업체들은 올해 신규 물량 급감으로 경영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에 대한 지역 발주공사의 참여비율을 높이고 합리적인 공사원가 절감방안을 적용하는 방안이 강구돼야한다”고 언급했다.

[위기의 건설사①]"분양하면 빨리 망하고, 안 하면 천천히 망하고" 2010~2014년 SOC분야 재정운용계획(단위:%. 조원) / 기획재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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